[대구/경북]경북도 ‘책 보내기 운동’ 3개월 만에 14만권 성과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6시 50분


경북 문경시 점촌동 문경공업고 도서실에는 ‘동문자료코너’라는 문패가 걸린 서가가 있다.

서울에 사는 이 학교 동문들이 후배들을 위해 책을 보내 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학교 측이 마련한 것이다.

재경동문회는 최근 모교에 청소년용 책 2200권(2600만 원 상당)을 기증했다. 석·박사 학위를 받은 동문은 자신의 학위 논문 100여 편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 학교 출신인 장우전 교장은 27일 “동문이 보낸 책과 논문을 위해 별도로 서가를 맞춰 관리하고 있다”며 “실업계 고교지만 동문 가운데 학위를 받은 선배가 많아 후배 학생들이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주군 성주중고 도서실에도 이달 중순 신간서적 2000여 권이 들어왔다. 교사와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 주자 이 학교 동문회가 후배들을 위해 기증한 것이다.

학교 측은 책 표지에 ‘이 책은 성주중고 동창회가 기증한 것입니다’라고 쓴 스티커를 일일이 붙였다.

성주중 학생회장인 3학년 김제민(15) 군은 “얼굴도 모르는 선배님들이지만 후배와 모교를 위해 책을 보내 줘 무척 고맙게 느낀다”며 “우리도 졸업하면 후배를 생각하는 동문이 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과 도내 1000여 개 초중고교가 동문회와 출향인사 등을 대상으로 올해 10월 초부터 ‘우리 학교에 책 한 권 보내기’ 운동을 벌인 결과 현재까지 약 3개월 동안 14만7000권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10억6000만 원어치.

동문회나 향우회뿐 아니라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들이 구입해 읽은 책 중에서 한두 권씩 가져오기도 했으며, 구미시 도량동 도봉초교 어머니들은 도서 바자를 열어 책을 모았다.

법무사로 일하는 영천초교 졸업생은 도서구입비로 500만 원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벌인 이 운동에는 초중고교 650여 곳이 참여해 첫 해에 책 13만3000권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경북지역 학생들의 1인당 책 보유 권수는 13.8권으로 교육부 기준인 10권(전국 평균 9,5권)보다 많다.

도내 학교들이 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신간서적 구입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

학교 규모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간 도서구입비가 100만 원에 불과한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경북도교육청은 기증받은 책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교사와 학생이 함께 30분 책읽기’ 등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정세원 장학사는 “도내 23개 시군에 사서교사 53명을 채용해 사서교사 수는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도서관의 책은 아직도 부족하다”며 “신간서적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는 동문과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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