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야간-수시 방문 빚 독촉 못한다

  • 입력 2006년 12월 28일 11시 05분


'위험한 물건 갖고 다니며 괴롭히기, 고함지르고 난동 부리기, 얼굴에 침 뱉기…. 이런 행동은 하지 말아 주세요.'

마치 초등학교 교칙에나 나와 있을 법한 이 같은 업무 준칙이 전국의 채권추심업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추심업자가 업무 상 지켜야 할 모범규준을 마련해 이를 관련업계에 전파할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채권추심업자는 전국 20여 개 업체에 약 1만7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이 모범규준은 지금까지 일부 채권추심업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을 괴롭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채권추심업자는 빚을 받아내기 위해 오후 9시~오전 8시에 전화를 거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전화 공세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채무자를 방문할 수 있는 횟수는 실제 대화가 이뤄진 것을 기준으로 주 2회 이내로 제한되며 경조사 등 곤란한 상황에 채무자를 방문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아이들 등하교길 조심하라", "빚을 안 갚으면 평생 후회하게 해 주겠다" 는 등의 협박이나 경찰서, 법원 등으로 발신번호를 위장해 연락하는 행위, 채무자의 직장이나 온라인상에 추심 안내장을 게시하는 것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심지어 이 모범규준에는 죽은 동물의 시체를 채무자에게 보내거나, 폭력배가 채무자를 살인하는 내용의 소설, 영상물을 배달하는 등의 엽기적인 협박도 채권 추심자가 하지 말아야 할 사례로 언급됐다.

그러나 금감원은 채권추심업자가 정당한 방법으로 채권추심을 한다면 채무자들도 이를 고의적으로 회피하지 말고 성실하게 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갑주 금감원 신용정보2팀장은 "모범규준은 현행법을 근거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다만 개별적 행위의 범법 여부는 최종적으로 사법당국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