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수정]과학영재고 설립 몸 사리는 교육부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제대로 된 영재교육을 하겠다고 시도교육청은 애를 쓰는데 교육부는 그럴 의지나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27일 열린 중앙영재교육진흥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의 말이다. 서울시교육청 등이 신청한 과학영재학교 설립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자 영재교육 관계자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이날 회의는 1년여 만에 소집됐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경기도, 대전시교육청이 과학영재학교 설립 계획서를 냈기 때문에 현재 부산에만 있는 과학영재학교가 다른 지역에도 설립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낳게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에 진흥위 안건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들 교육청은 과학영재학교 설립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과학영재학교 추가 설치’라는 원칙만을 논의한 채 끝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육부는 “5개년 계획인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에 과학영재학교 추가 설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방침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지정 신청서를 심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과학영재학교를 세우겠다는 신청서를 5개월 전인 7월 교육부에 제출했고, 이 계획은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 이 계획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까지 관행으로 보아 교육부가 제동을 걸어야 했을 텐데 그런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교육부는 그동안 교육감 권한 사항인 국제중 설립 계획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입시 과열’ 등을 이유로 법을 개정해서라도 막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신속함을 보여 왔다.

이 때문인지 교육부가 ‘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영재 육성책을 미루려 한다는 말도 들린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과학영재학교가 서울에도 생기면 우수 학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부산시교육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는 눈치다.

‘영재 한 명이 10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영재 교육을 국가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평등교육’에 얽매여 있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신수정 교육생활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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