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구에 걸맞게 엄창섭 군수는 울주군에서 생산되는 배와 단감을 들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KOTRA 통상정보본부장 출신인 엄 군수이기에 가능한 해외마케팅에 농민이 대부분인 군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엄 군수가 세계화와는 거리가 먼 시책을 발표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해발 1000m가 넘는 7개의 산이 울주군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영남알프스’의 이름을 ‘울주 7봉’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
“영남알프스는 울주군의 정체성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산악관광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울주 7봉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
울주군은 여기에 덧붙여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이 일제 잔재이며 알프스가 유럽에서 따와 사대주의적 성격을 띤다는 점을 개명 이유로 내세웠다.
과연 그럴까.
영남알프스는 등산이 레저로 자리 잡은 1970년대 이후 붙여진 것으로 일제 잔재가 아니라는 설(說)이 유력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솟은 봉우리들이 유럽 알프스와 일본 북알프스에 견줄 만큼 아름다워 산악인들 사이에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면서 보편화됐다는 것이다(네이버 백과사전과 www.ynalps.co.kr).
지금은 아마추어 산악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을 ‘울산 7봉’도 아닌 기초자치단체의 이름을 따 ‘울주 7봉’으로 바꾼다는 것은 ‘글로벌 울주’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축소지향적이 아닐까.
널리 알려진 이름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널리 홍보하는 것이 엄 군수와 울주군의 사명인 듯하다.
정재락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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