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2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학생 8명이 잇달아 자퇴를 했다. 학생들은 검정고시로 학력을 인정받고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학부모도 찾아와 객관적인 자료를 보여 주며 설득했다. 학생들을 달랬지만 결국 학교를 떠났다.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도 그 학생들을 잊지 못한다.
현재 내신, 수능, 논술을 모두 치르는 2008학년도 입시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자연계열도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논술은 학생들의 종합적인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를 측정하는 평가도구이므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찾아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처지에서는 대학입시를 쉽게 치르게 하기보다는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논술시험을 치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하면 된다.
별도의 과외 지도나 학원 수강을 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시험을 치르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입시 제도를 탓하기보다는 그런 제도라도 운용해야 하는 현실이 더 문제이다.
학벌보다는 학력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돼야 이러한 입시에 대한 논란이 적어질 수 있다.
내신은 포기한 채 학교를 자퇴한 뒤 수능시험에만 매달려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본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부모가 나서 학생들을 부추겨 자퇴시킨다는 이야기들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동화를 읽으며 왜 속옷까지도 그 옷감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일을 생각해 본다.
교육을 통해 어떤 것을 얻어내려 하기보다는 알몸인 교육을 보듬어 주는 역할과 사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오병서 인천진산고 교장 obs2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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