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계열사 주식 회장 2세에 편법증여

태광그룹이 국내 대표적인 도서상품권 회사인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편법으로 그룹 회장 2세에게 증여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한국도서보급의 대주주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아들 현준군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9일 그룹 계열사의 지시를 받고 회사 한국도서보급 소액주주 주식 거래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회사 협찬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한국도서보급 김남태(52)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박명석 대표이사는 작년 10월 한국도서보급의 주식 92%를 보유한 이호진 회장측이 한국도서보급 소액주주의 나머지 주식을 1주에 1만6660원에 매수할 수 있도록 실무작업을 추진하라고 김씨에 지시했다.

이에 김씨는 당시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도서보급의 소액주주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프뢰벨, 교보문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와 협의해 이 회사들이 갖고 있던 도서보급 주식 1만2000주를 이 회장의 중학생 아들이 매수하게끔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서보급 주식 2000주를 갖고 있던 영풍문고가 주식 매각 제안을 거절하자 김씨는 올해 3월 영풍문고 측에 "이회장 아들이 영풍문고 보유 주식 2000주를 3332만 원에 매수할 수 있게 해주면 그 대가로 한국도서보급이 협찬비 명목으로 주식 매입 비용 만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영풍문고는 같은 달 한국도서보급 주식 2000주를 3332만 원에 파는 한편, 한국도서보급으로부터 도서문화상품권 5000원 권 7015장(3332만 원 상당)을 협찬비 명목으로 받았다.

태광그룹 회장 2세에게 주식을 이전하는 작업을 위해 회사의 영업실적을 높이고 관계사 협찬 명목으로만 사용해야 할 회사 협찬비가 일종의 `로비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주식 매집 지시는 했지만 협찬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사들였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적절한 주식 이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룹 오너 일가의 불법행위는 입증이 안돼 처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한국도서보급이 경품용 상품권을 사행성 게임장에 공급해 모두 653억 원의 불법 수익을 거둬들인 혐의(사행행위규제법 위반)도 함께 기소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