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동안 한수원 본사 유치를 둘러싼 동(東)경주와 도심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아직 불씨가 남았다. 한수원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본사 이전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 한수원 본사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
한수원은 29일 본사 이전 터를 장항리로 확정해 발표하고 경주시에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수원은 곧 이전 계획을 세운 뒤 내년 초 토지 매입과 문화재 지표조사 등에 들어갈 계획이다.
장항리는 경주시가 올해 7월 본사 이전 후보지로 처음 추천한 곳으로 장항1리와 2리에 170가구, 7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장항리는 경주 보문단지까지 자동차로 15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예정지인 양북면 봉길리까지는 15∼20분 정도 걸리는 두 곳의 중간지점이다.
한수원은 장항리가 동해안에 가까우면서 상대적으로 도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주변에 원자력 시설이 밀집돼 있어 이곳을 본사 이전 택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북면 지역은 방폐장과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 2호기가 건설될 예정이고 인근 양남면에는 월성원전 1∼4호기가 가동 중이어서 본사까지 옮기면 이 지역을 ‘원전(原電) 메카’로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아물지 않는 갈등
하지만 한수원은 1000여 명의 직원들을 위한 사택은 경주 도심권에 조성하기로 해 한수원 본사를 유치하기 위한 경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동경주 주민들로 구성된 ‘방폐장 유치 확정에 따른 지역대책위원회’는 이날 “본사를 양북면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환영하지만 사택을 분리하는 것은 문제”라며 “사택 조성 문제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심권 이전을 주장했던 주민들은 한수원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주도심위기대책 시민연대’ 측은 “양북면 이전 결정은 대다수 경주시민들의 뜻을 외면한 것”이라며 “조만간 대책회의를 열어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장항2리 김종주(69) 이장은 “한수원이 본사를 양북면으로 이전하면 경주 시내와도 가까워 도심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경주와 도심 주민들이 그동안의 갈등을 씻고 경주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수원 노사 실랑이
한편 이중재 한수원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21층 회의실에서 이전 터 선정에 반대하는 노조원 50∼60명과 실랑이를 벌이다 탈진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사장은 본사 이전 터 선정 작업으로 지난 5일 동안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이 사장은 노조 간부들과 본사 이전 관련 특별 노사협의회를 하던 중 기자회견을 이유로 회의장에서 나오려 했으나 앞을 막아선 노조원들과 30여 분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한수원 본사 이전 공식 발표 관련 기자회견은 결국 무산됐다.
김선재 한수원 본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은 본사 이전과 같은 중요한 일을 노조와 협의도 하지 않고 발표하려 했다”며 “노조는 이전 터 선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