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기념사업회는 3일 "박 열사가 조사를 받다 숨진 509호 조사실을 포함해 옛 남영동 분실 건물 안에 '박종철 기념관'을 설립해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경찰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념관에는 박 씨가 민중운동의 일환으로 공장에서 일할 때 쓴 일기장과 당시 민주화운동 장면을 담은 사진 등의 자료가 전시된다.
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은 "기념관을 중고등학생들의 관람 코스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민주화 의식을 심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영동 보안분실은 1976년 간첩 수사를 위해 세워졌으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붙잡혀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고문이 자행된 곳으로 악명을 떨쳤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일반에 알려졌다.
경찰은 2005년 7월부터 이 건물을 '경찰청인권보호센터'로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경찰인권기념관으로 바꾸기로 하고 지난해 9월 '경찰인권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경찰인권기념관을 개관할 때 건물의 일부를 '박종철 기념 공간'으로 만들 수는 있으나 따로 기념관을 개관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아직 확정된 게 없고 경찰인권기념관추진위원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이르면 다음달 중 경찰과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6·10 민주항쟁 20주년인 6월 10일에 박종철 기념관을 개관할 계획이며 이날 '제6회 박종철 인권상' 시상식도 열기로 했다.
김 사무국장은 "14일 박 열사 20주기 때 남영동 분실에서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고 기념관 건립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념관 건립이 경찰의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방향이 맞는 만큼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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