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피의자 진술거부' 권유할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도록 조언하거나 수사관의 부당한 신문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변호인이 피의자를 돕는 정당한 권리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배용준 판사는 3일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44) 씨의 변호인들이 "장 씨에게 진술거부권 등을 조언하는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쫓아낸 국정원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준항고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조사 과정에 입회한 변호인이 피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법원의 첫 결정이다.

재판부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으로부터 조언, 상담을 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사관의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조언한 것이 신문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쫓아낸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국정원 측은 장 씨의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쫓아낸 것이 대검찰청 예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검 예규가 일반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효력을 가질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변호인이 수사관의 신문 내용을 적지 못하도록 한 국정원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준항고는 기각했다.

장 씨의 변호인들은 지난해 11월 국정원에서 장 씨를 조사하던 도중에 수사관의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 내용을 기록하다 수사관들과 언쟁을 벌였고 결국 조사실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되자 법원에 준항고를 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