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중국동포인 이모 씨 등 산업연수생 1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회사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차액 뿐 아니라 퇴직금도 지급하라"며 1인당 760여만~93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에 대해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은 있으나, 국내 근로자와 동등하게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이라 해도 해당 업체의 지시, 감독을 받으며 일정한 시간의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은 만큼 국내 근로자처럼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지급 규정이나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보장 규정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이 씨 등은 연수 기간 동안 하루 6050~1만 원(8시간 근무)을 받기로 하고 2002년 5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경남 창원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당시 법정 최저임금은 하루 1만6800~2만80원이었다.
대법원 1부는 지난달 7일 이 판결을 확정한 데 이어, 베트남 산업연수생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5건의 유사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도 산업연수생들이 승소한 원심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1993년 도입됐으나 그 동안 일부 업체가 제도를 악용해 이들 연수생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등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말 폐지됐다.
현재 국내 업체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은 9만여 명이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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