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시민단체에 이어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광주·전남 시민단체협의회, 민주노동당 등이 경남 합천군의 ‘일해(日海)공원’ 명칭 선정에 일제히 항의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가 전국적으로 번질 조짐이다. 일해는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를 주도해 정권을 잡은 합천 출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
합천군은 최근 군내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천읍 황강변에 조성된 ‘새 천년 생명의 숲’ 공원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전 전 대통령과 일해는 독재와 학살, 부정과 부패의 상징”이라며 “호국의 상징 팔만대장경의 고장인 합천군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당장 일해공원 명칭 선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명칭 반대 집회를 열어 온 합천군진보연합 등도 잇따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합천군의 설문조사는 내용과 대상 선정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회수율은 45%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전국의 양심적인 단체와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서명운동과 함께 제3의 공원 명칭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노동당은 3일 “역사와 국민을 우롱하는 망동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합천군은 새마을지도자와 이장 등 1364명에게 우편 설문지를 보내 591장을 회수했으며 지난해 12월 28일 공개 결과 ‘일해’ 302표, 합천의 대표적인 강인 ‘황강’ 177표, ‘군민’ 51표, 신라 충신 ‘죽죽’ 11표 등으로 집계됐다.
합천군 관계자는 “응답자의 50% 이상이 일해공원에 찬성한 만큼 군정조정위원회의 의견을 들은 뒤 군 의회에 보고하고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천군청 홈페이지 등에는 일부 찬성 의견이 있으나 반대 여론이 우세한 데다 누리꾼들의 폐지 서명도 확산돼 명칭 사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문제의 공원은 합천군이 2000년 밀레니엄 사업의 하나로 황강제방 안쪽 1만6000평에 조성했으며 야외공연장, 산책로, 체육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새 천년 생명의 숲’은 임시 명칭이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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