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씨는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유작(遺作) '인생수업'을 번역 출간하면서 책의 주제와 어울릴만한 사진으로 콜버트 씨의 작품을 고른 뒤 사진 게재를 위해 프랑스에 거주하는 콜버트 씨와 e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했으나 거절당했다.
고 씨는 다른 작품을 사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검토하다가 다른 미술작가에게 200만 원을 주고 콜버트 씨 사진의 구도와 색채 등을 그대로 베낀 삽화를 제작해 번역서에 사용한 혐의다.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한 인생수업은 시인 류시화 씨가 번역했으며, 지난해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7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15만 부 이상을 펴냈다.
사진 작품의 원저자인 콜버트 씨는 인도, 스리랑카 등을 여행하면서 인간과 코끼리와의 교감을 주제로 한 사진 작품을 제작해 뉴욕 등에서 전시회를 열어 왔다.
이에 앞서 콜버트 씨는 지난해 10월 '인생수업'의 출판사가 자신의 작품을 베낀 삽화를 사용했다며 검찰에 고소하고, 법원에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레 출판사 측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삽화를 전체적으로 바꿔 책을 재발행했으며,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말 "재발행된 번역서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가처분 신청을 다시 내라"는 취지로 콜버트 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김형준 검사는 "외국인 저작물은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는데, 캐나다가 베른협약 가입국이어서 콜버트 씨의 사진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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