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 부대밀집지역 ‘점호하듯’ 절도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군경 합동조사 결과 2001년 절도 혐의로 수감된 안양교도소의 감방 동기인 것으로 밝혀진 2인조 군인아파트 전문 털이범 성모(43) 씨와 정모(37) 씨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군인아파트의 경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왜 군인 아파트인가=관리병사가 정문에 배치돼 있지만 군인아파트는 대개 산 중턱에 있는 데다 민간인 주거단지와도 떨어져 있어 인적이 드물다.

군인아파트는 높아야 5층을 넘지 않고 건축연한도 대부분 20년을 훌쩍 넘겨 각종 방범장치가 허술한 것도 범행의 표적이 된 원인이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 초까지 서울 육군사관학교에 근무하는 장교와 부사관의 주거지인 서원아파트와 동원아파트를 5차례나 털었고 독신장교숙소(BOQ)도 한 차례 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 씨가 망을 보고 성 씨가 아파트 뒤편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방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는 대담한 수법을 사용했다.

수사팀은 이들이 경기 포천시와 강원 철원군을 잇는 국도 47호선과 43호선에 인접한 군인아파트를 집중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에 주목하고 이들이 한 번도 털지 않은 한 군인아파트에 잠복해 왔다. 결국 이들은 철원군의 모 군인아파트에서 사흘째 잠복 중이던 군경 합동수사팀에 5일 붙잡혔다.

▽군 기밀 유출 여부=합동조사반은 이들이 작성한 23개 사단급 부대의 주소와 48개 군인아파트 단지의 주소가 높은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는 아니지만 내용이 정확한 점으로 미뤄 군 내부 보안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군부대가 밀집한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뿐만이 아니라 충남 경북 지역 군부대 주소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으며 몇몇 군부대에는 별표까지 해놓았다.

이들은 군경 합동조사에서 “범행 시작 일주일 전 수도권의 한 화상 경마장에서 처음 본 인물을 통해 리스트를 받았으나 워낙 종이가 낡아 자신이 달력 뒷면에 다시 베껴 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경은 일단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을 두지 않고 이들이 범행 대상을 물색하면서 현지답사를 통해 치밀하게 리스트를 작성했을 가능성과 군 관련 인물이 작성한 리스트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놓고 이들을 추궁하고 있다.

포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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