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기준치 7배 강화=식품의약품안전청은 9일 국내 유통 수산물(어패류 포함)에 대한 납 허용치를 현재 2.0ppm에서 0.3ppm으로 7배가량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식품안전기구의 국제연합체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지난해 7월 수산물에 대한 납 국제 허용치를 0.3ppm으로 정한 데 따른 조치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행 국내 허용치는 검사장비 수준을 고려해 2000년 처음 마련된 것으로 당시에는 국제 기준이 없었다”며 “세계적으로 수산물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국제적인 관리 기준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납은 생식능력 교란 및 불임, 빈혈을 유발해 과다하게 중독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국제적으로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수산물을 수출하려면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수산물 수출액은 11억9311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이며 수입액은 23억8357만 달러(약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식약청은 지난해 6월 광어 갈치 고등어 꽁치 등 국내 수산물 40여 종에 대한 대대적인 납 함유량 조사를 마쳤으며 그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한 뒤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올해 안에 시행할 방침이다.
▽허용치 넘으면 유통 금지=식약청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국제 기준치(0.3ppm)를 넘기는 수산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유통 중인 수산물의 납 함유량은 현행 허용치인 2.0ppm은 밑돌지만 대부분 국제 허용치를 초과하고 있다. 일례로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의 2004, 2005년 조사(납 함유량 평균치)에 따르면 오징어 0.78ppm, 갈치 0.71ppm, 가자미 0.80ppm, 삼치 0.97ppm, 바지락 0.72ppm, 굴 0.70ppm, 미더덕 0.73ppm, 홍합 0.36ppm, 도루묵 0.95ppm, 넙치 1.22ppm, 장어 0.68ppm, 게 0.77ppm 등으로 나타났다.
식약청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환경연구원 자료는 기관별로 시험방법과 기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들쭉날쭉”이라며 “이번 식약청 실태조사를 근거로 허용 기준치 강화 방침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허용 기준치 강화 방침이 정해지면 수산물 시장 등을 정기적으로 표본 조사해 산지 등을 파악한 뒤 허용치를 넘긴 수산물의 경우 유통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수산업계 비상=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임정수 사무총장은 “수산물의 중금속 오염은 어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문제”라며 “자연환경을 정화하지 않고 허용치만 강화하면 실컷 잡아 놓고도 먹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해양생물이용학부 최종덕 교수는 “국내 수산물의 납 함유량은 낮게 잡아도 0.3∼0.9ppm에 이르기 때문에 어민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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