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신장 반쪽씩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에게 떼어 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부부가 모두 신장을 기증한 경우는 13번 있었지만 같은 날 동시에 부부가 기증 수술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1992년 초 신문 보도를 보고 장기 기증에 관해 알게 된 이들 부부는 그해 5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뇌사 시 장기 기증과 사후 각막 기증,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생업인 의료기기 판매사업에 바빠 기증 약속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가 지난해 4월 교회에서 열린 장기 기증 서약식에 참여한 뒤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이 크면 사후가 아닌 생존 기증을 해야겠다고, 저희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던 거죠.”
이들 부부는 7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기본 검사를 받았고 10일 동시에 이식 수술을 받는다. 남편 박 씨는 올해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이 되는 늦깎이 대학생으로 의료기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신장 기증으로 고모(26) 씨와 박모(52) 씨가 평생 신장 투석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고 특히 신장을 받게 된 박 씨의 아내 이모 씨도 이번 일을 계기로 김모(45) 씨에게 신장을 기증키로 해 모두 3명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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