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부천족보전문도서관

  • 입력 2007년 1월 10일 07시 00분


《“할아버지, 항렬이 무엇인가요?”

“‘항렬’은 같은 혈족의 몇 대(代)인지를 나타내는 말인데 한국인은 대부분 이름에 같은 돌림자를 써서 항렬이 높고 낮음을 나타낸단다.”

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2동 177-2 부천족보전문 도서관(jokbo.re.kr).

오정구에 사는 김민철(64) 씨는 초등학생인 손자 정철(8) 군을

데리고 경인전철 부천역 북광장 부근에 있는 이 도서관을 찾았다.》

그는 부계(父系)를 중심으로 혈연관계를 도표 형태로 나타낸 한 종족의 기록인 족보(族譜)에 대해 설명했다.

직접 집안의 족보를 찾아 시조부터 조상에 이르기까지 뿌리를 알 수 있도록 가르쳤다.

조선시대부터 남자가 20세가 되면 머리에 갓을 쓰고 어른이 되기 위해 치른 의식인 관례와 혼인하는 예법인 혼례, 상중(喪中)에 행하는 상례,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제례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김 씨는 “우리 조상들은 족보를 집안의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봉건시대의 유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며 “대를 이을 손자에게 집안의 역사를 가르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김원준(57) 관장이 사재를 털어 1988년 10월 문 열었다.

면적은 60여 평 규모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250여 개 성씨(姓氏) 족보 3만여 권이 본관에 따라 정리돼 있다.

한국인의 성씨는 275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대부분의 족보를 보유하고 있는 셈.

국립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족보를 소장하고 있는 이 도서관에는 조선 성종 8년(1476년)에 만들어진 안동 권(權)씨의 족보(영인본)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족보도 많다.

또 조선시대 명문 사대부 집안의 문집 등 관련 서적 5000여 권도 볼 수 있다.

족보만 모아 두는 도서관이기 때문에 자손들에게 가문의 혈통을 알려 주려는 노인들이 단골 관람객.

족보를 모른 채 살아오다가 고향과 선친의 이름을 갖고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호적등본, 제적등본과 선영 등 자신의 선조를 추정할 수 있는 기억이나 증언을 가져오면 무료로 족보를 찾아준다.

이 밖에 가계(家系)를 연구하는 대학교수 등 학자들도 도서관을 자주 찾는 방문객이다.

김기권(62) 부장은 “족보는 ‘혈연을 기록한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우리 조상들이 목숨을 바쳐 가면서 지켜 온 족보를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이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개관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무료.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032-664-4707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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