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조 능행차’ 배다리로 한강 건넌다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작은 배들을 한 줄로 띄우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양안을 잇는 총연장 900m 길이의 조선시대 배다리가 한강에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올해 하이서울축제(4월 28일∼5월 6일)의 주제 중 하나를 ‘역사’로 정했다고 밝히고, 메인행사로 조선조의 왕이 이용했던 ‘배다리 도강행사’를 5월 5일과 6일 한강에서 재현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배다리가 놓이는 지점은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해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가 묻힌 경기 화성 현륭원으로 8일간 행차하면서 도강한 것으로 기록된 현재의 한강대교 부근. 청계천 광교와 삼일교 사이 5120장의 타일 위에 그려진 길이 192m의 정조반차도 벽화를 참고해 18세기 조선조 복식을 갖춘 1700여 명의 인원과 700여 필의 말이 한강 배다리 위로 건너가는 장관을 연출할 계획이다.

축제기간인 만큼 시민과 관광객들도 조선시대 배다리 도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리를 건널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배다리 제작 및 행렬에 필요한 45억 원의 비용은 정조 능행차 재현에 관심을 가진 대기업들의 후원금으로 대부분 충당할 계획이다.

현대판 정조 능행차 행렬은 5일 강북에서 강남 방면으로 건너간 뒤 남쪽에서 하룻밤을 머무르고 6일 다시 북쪽으로 도강할 예정이다. 정조 행렬은 당시 시흥, 지금의 금천구에서 숙박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금천구 부근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시 창덕궁 방향으로 되돌아올 계획이라고 서울시는 전했다.

서울시는 창덕궁에서 출발해 안국역∼종로2가∼종각역∼세종로 사거리∼청계광장∼서울광장∼서울역∼삼각지 등을 거쳐 한강에 이르는 코스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혼잡한 구간이 다수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해 이미 마라톤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교통통제가 이뤄진 경험이 있는 토요일(5일)과 일요일(6일)을 행사일로 선정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기록에만 남아 있는 한강 배다리 도강행사의 재현은 1회로 그치지 않고 매년 5월 하이서울축제 때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정조 능행차: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의 묘를 1789년 수원부 화산(현 경기 화성시 안녕동)으로 옮긴 뒤 참배하면서 행해진 왕의 행렬. 정조는 15회에 걸쳐 능행차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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