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그 지역만의 특성, 문화적 고유성을 뜻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인천은 역사가 짧고 외지인들이 많아 정체성이 희박한 도시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인천이 정체성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옳은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체성 콤플렉스에 걸린 것처럼 인천만을 내세우는 폐쇄적인 자기중심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고장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문화재단은 2005년부터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인물을 조명하는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첫해에는 국내 최초의 근대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였던 우현(又玄) 고유섭 선생을 조명했다.
지난해엔 ‘추사 이래 검여’라는 찬탄을 들었던 서예가 검여(劍如) 유희강 선생의 재조명 사업을 성황리에 마쳤다.
고유섭 선생과 유희강 선생은 모두 인천 출신으로 우리 문화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분들이다.
재단 측은 우현예술상과 학술상을 제정하는 한편 ‘유희강 기념관’을 만드는 사업을 인천시에 건의하였다.
우현이나 검여 선생은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을 사랑했지만 폐쇄적 지역주의에 빠지지 않았다.
그들의 문화적 업적은 지역을 넘어서 국내 문화적 수준의 정점에 있었고, 그들의 치열한 학문적 예술적 열정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우리가 주목하고 기려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자기가 살아가는 고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자신이 해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것이 그들의 학문과 예술을 살찌운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인천이 지향하는 문화의 미래나 정체성 역시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 튼실하게 뿌리내리면서도 지역주의로 고착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천이 만들어 가야 하는 문화의 내용일 것이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 agiko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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