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사벌면 묵상리 임봉선(73·여) 씨 집 암소 '누렁이'가 11일 오후 8시40분경 숨을 거뒀다. 누렁이의 나이는 올해 19세로 사람으로 치면 60대 노인에 해당한다.
마을주민 100여 명은 12일 꽃상여를 마련하고 염과 입관 등 장례절차를 거쳐 사벌면 삼덕리 상주박물관 옆에 누렁이를 묻고 '의로운 소의 무덤'이라는 뜻의 '의우총(義牛塚)'으로 지정했다.
이 누렁이가 '의로운 소' 로 불리게 된 것은 13년 전인 1994년 이웃 김보배 할머니와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부터.
그해 5월 26일 오전 11시경 누렁이를 키우던 임 씨의 남편 서석모(작고) 씨는 외양간에 있던 소가 고삐를 끊고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 씨 부부는 온 동네를 뒤진 끝에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이웃 김보배(당시 85세) 할머니의 묘소에서 누렁이를 찾아냈다.
누렁이는 서 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 할머니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 빈소 앞에서 눈물을 글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할머니의 큰아들인 서창호(사망·당시 65세) 씨는 당시 "어머니의 빈소를 찾은 누렁이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며 막걸리와 두부, 양배추를 누렁이에게 먹였다.
임 씨 부부가 1992년 8월부터 키워 온 누렁이는 외양간에서 홀로 지내며 자주 찾아와 자신을 쓰다듬어 주던 김 할머니와 정을 쌓아 왔다.
마을 주민들은 누렁이의 갸륵한 행동을 기리기 위해 1994년 마을회관 입구에 '의로운 소' 비석을 세웠다. 대구시교육청 심후섭(55) 장학사는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의로운 소 누렁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펴냈다.
▽본보 2002년 3월 14일자 대구경북판 참조▽
한편 자식 같은 누렁이를 떠나보낸 임 할머니는 "며칠 전 김보배 할머니 영정을 누렁이에게 보여줬더니 쓰러져서 힘이 없는 와중에도 사진을 혓바닥으로 핥기도 했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상주=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