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의로운소’ 꽃상여타고 가다

  • 입력 2007년 1월 12일 19시 53분


상주 ‘의로운 소’꽃상여타고 가다.정용균 기자
상주 ‘의로운 소’꽃상여타고 가다.정용균 기자
자신을 돌봐준 이웃집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경북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의 ‘의로운 소’ 누렁이의 생전 모습(왼쪽)과 누렁이가 죽은 다음날인 12일 임봉선(73.여.사진 가운데)씨가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인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연합
자신을 돌봐준 이웃집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경북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의 ‘의로운 소’ 누렁이의 생전 모습(왼쪽)과 누렁이가 죽은 다음날인 12일 임봉선(73.여.사진 가운데)씨가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인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연합
자신을 돌봐주다 세상을 떠난 이웃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 눈물을 흘려 동화(童話) 같은 감동을 안겨 준 경북 상주의 '의로운 소' 누렁이가 세상을 떠났다.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 임봉선(73·여) 씨 집 암소 '누렁이'가 11일 오후 8시40분경 숨을 거뒀다. 누렁이의 나이는 올해 19세로 사람으로 치면 60대 노인에 해당한다.

마을주민 100여 명은 12일 꽃상여를 마련하고 염과 입관 등 장례절차를 거쳐 사벌면 삼덕리 상주박물관 옆에 누렁이를 묻고 '의로운 소의 무덤'이라는 뜻의 '의우총(義牛塚)'으로 지정했다.

이 누렁이가 '의로운 소' 로 불리게 된 것은 13년 전인 1994년 이웃 김보배 할머니와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부터.

그해 5월 26일 오전 11시경 누렁이를 키우던 임 씨의 남편 서석모(작고) 씨는 외양간에 있던 소가 고삐를 끊고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 씨 부부는 온 동네를 뒤진 끝에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이웃 김보배(당시 85세) 할머니의 묘소에서 누렁이를 찾아냈다.

이 곳은 마을에서 6㎞가량 떨어진 은치산 중턱으로 숲이 무성해 주민들도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당시 서 씨는 "누렁이가 하염없이 묘소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마을사람들에게 전했다.

누렁이는 서 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 할머니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 빈소 앞에서 눈물을 글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할머니의 큰아들인 서창호(사망·당시 65세) 씨는 당시 "어머니의 빈소를 찾은 누렁이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며 막걸리와 두부, 양배추를 누렁이에게 먹였다.

임 씨 부부가 1992년 8월부터 키워 온 누렁이는 외양간에서 홀로 지내며 자주 찾아와 자신을 쓰다듬어 주던 김 할머니와 정을 쌓아 왔다.

마을 주민들은 누렁이의 갸륵한 행동을 기리기 위해 1994년 마을회관 입구에 '의로운 소' 비석을 세웠다. 대구시교육청 심후섭(55) 장학사는 '할머니 산소를 찾아간 의로운 소 누렁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펴냈다.

▽본보 2002년 3월 14일자 대구경북판 참조▽

▶ “할머니 산소 찾은 소 의리 담았어요”

한편 자식 같은 누렁이를 떠나보낸 임 할머니는 "며칠 전 김보배 할머니 영정을 누렁이에게 보여줬더니 쓰러져서 힘이 없는 와중에도 사진을 혓바닥으로 핥기도 했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상주=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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