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석궁테러' 전 교수 오늘 영장

  • 입력 2007년 1월 16일 11시 31분


서울 모 사립대 전직 교수인 김명호(50) 씨는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55)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습격하기 전에 수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석궁 외에 다른 흉기를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같은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김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사전 답사, 흉기와 노끈 준비=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관보에 실린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통해 박 부장판사의 주소를 알아냈으며, 재판과정에서 얼굴을 확인하고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승용차 번호와 퇴근시간을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범행을 저지르기 1개월 전부터 3,4차례 박 부장판사의 아파트를 찾아가 거주하는 층과 호수도 확인했다는 것.

범행 당일인 15일 박 부장판사의 집에 갈 때에는 대만제 석궁과 화살 9개 외에도 올해 1월1일 종로 2가에서 구입한 길이 35cm의 흉기, 6.6m 길이의 비닐 노끈을 준비했다.

김 씨는 석궁에 대해 "동작경찰서에 레저용으로 등록했으며 구입할 때 받은 화살 20개 중 집에서 연습용으로 쓴 11개를 제외한 9개를 모두 들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가 석궁에 화살 1발을 장전하고 2발을 좌측 허리춤에 꼽은 채 2층 계단에 숨어 있다가 퇴근한 박 부장판사가 나타나자 "박홍우 판사, 그게 판결이야" 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었으며, 현장에서 아파트 경비원에게 붙잡힌 뒤에도 "죽여버리겠다"며 추가로 화살을 장전하려다 운전기사의 제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또다른 흉기를 갖고 있었던 점, 방아쇠를 당겨야 발사되는 석궁의 구조 등으로 미뤄 김 씨가 박 부장판사를 살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그러나 "석궁으로 위협해 편파적 판결을 내린 이유를 자백 받으려 했으며, 실랑이를 벌이다 우발적으로 발사가 된 것"이라며 살해 의도를 부인했다.

한편 김 씨는 평소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박 부장판사에 대해 "준비서면을 읽어보지도 않고 의도적으로 진술을 무시하는 '사학의 대리인'"이라고 썼고, 범행 전날인 14일에는 "판사들 대다수가 썩었다"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 판사 경호조치 긴급지시=대법원은 16일 장윤기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법정에서 공격적인 언동과 소란 행위가 예상되는 사건에서 엄격한 감치 재판 등을 통해 법정 내 질서 유지, 법정 및 청사 방호 상황 재점검과 필요한 경호 조치를 강구하라"고 일선 법원에 긴급 지시했다.

또한 "법원 앞 1인 시위자나 악성 민원인 등 법원 주변의 수상한 사람에 대한 동향 파악과 관리를 철저히 하라"며 "재판 업무과 관련해 신변에 위험이 예상되는 법관은 경찰과 연계해 신변 보호 조치를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일선 법원 청사 안팎과 법관 신변에 대한 위험 요소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19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법관과 법원공무원 피습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상대책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판결 결과에 대한 개인의 불만표시가 아니라 극히 비상식적인 극악한 범죄행위"라며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테러행위"라고 규정했다.

대법원 한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사법부 스스로를 돌아볼 측면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는 이런 문제까지 포함해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건 발생 이후 공식 반응을 피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집무실로 행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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