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모(34·여) 씨는 지난해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법무사 박모(50) 씨에게 "땅을 사려는데 잔고증명서가 필요하니 3억 원을 계좌에 입금시키면 통장을 땅 주인에게 보여주고 매매 계약을 한 뒤 돈은 돌려주면서 그 대가로 2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박 씨에게 돈을 건네받은 문 씨는 그대로 달아났다가 4개월 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다.
코뼈를 세우고 턱을 깎는 것은 물론 눈 모양도 동그랗게 바꾸는 등 수술비용으로 3000만 원을 썼다.
수술 후 경북 포항으로 내려간 문 씨는 1억4000만 원을 주고 33평 아파트를 전세 내 연하의 동거남과 생활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문 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명으로 가입했을 것으로 보고 IP 추적을 통해 문 씨가 포항의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경찰은 문 씨의 사진을 들고 550세대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서 3일간 출입자들을 살펴봤지만 얼굴을 바꾼 문 씨를 알아보지 못했다.
경찰은 인터넷을 설치한 업자의 도움으로 문 씨가 이 아파트 10층에 산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 씨 집에 들이닥쳤다.
문 씨는 경찰관에게 다른 성씨로 기록된 과거 자신의 호적초본을 들이대며 신분을 감추려 했으나 지문 조회로 신원이 밝혀져 18일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문 씨와 대면했을 때 사진과 얼굴이 너무 달라 감쪽같이 속을 뻔 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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