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스쿠터 법없이 달린다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연세대 오토바이 주차장에 배기량 50cc급인 저배기량 스쿠터가 일반 오토바이와 함께 주차돼 있다. 배기량 50cc 오토바이는 등록 의무가 없어 학생들은 멋으로 일본 번호판이나 미국 번호판을 구해 달고 다닌다. 전영한  기자
연세대 오토바이 주차장에 배기량 50cc급인 저배기량 스쿠터가 일반 오토바이와 함께 주차돼 있다. 배기량 50cc 오토바이는 등록 의무가 없어 학생들은 멋으로 일본 번호판이나 미국 번호판을 구해 달고 다닌다. 전영한 기자
“눈앞에 1년 넘게 타던 스쿠터가 세워져 있는데 되찾지 못하는 심정이 정말 답답하더군요.”

회사원 서정욱(28) 씨는 2005년 200만 원에 장만한 50cc 외제 스쿠터를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복판에서 대낮에 도난당했다.

독특하게 도색한 색깔과 스쿠터동호회원들의 제보 덕분에 서 씨는 4개월 만에 이 스쿠터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 스쿠터는 인터넷 중고 스쿠터 시장에서 70만 원에 사들인 새 주인이 있는 상태여서 서 씨는 스쿠터를 되찾을 수 없었다.

최근 국내에서 배기량 125cc 미만의 소형 오토바이인 스쿠터가 경제적 이점과 깜찍한 디자인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많이 팔리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팔린 스쿠터는 12만 대.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의 70∼80%를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쿠터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씩 커지고 있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스쿠터 관련 카페만 1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절도의 표적, 스쿠터=이처럼 거리에는 스쿠터가 넘쳐나지만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절도의 표적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험 가입이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스쿠터 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배기량 50cc 이하의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부착하거나 별도의 등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

경찰은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스쿠터의 상당수가 절도에 의한 ‘장물’인 것으로 추정하지만, 번호판을 통한 추적과 소유주 확인이 불가능해 원주인을 찾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스쿠터가 강도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유통 경로 추적이 어렵다 보니 한번 훔친 스쿠터를 여러 번 되파는 스쿠터 전문 매매범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스쿠터 관련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번호판조차 붙어 있지 않으니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오토바이 도난은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도 힘든 찬밥 신세=50cc 스쿠터는 현재 등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일본 중국에서 폐차 처리되거나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스쿠터가 대량으로 밀수입되고 있다.

이렇게 수입된 스쿠터는 국립환경연구원이 실시하는 배기가스, 소음 등 환경오염 규제도 받지 않고 판매된다.

또한 사고가 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보험사로부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륜차는 사고 위험이 커 어떤 보험사든 기피 대상”이라며 “어떤 보험사는 50cc 스쿠터는 무조건 보험 가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난이나 교통사고가 나도 스쿠터 소유자는 피해를 보상받기 힘들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 주기도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린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신고와 등록의 하한선을 정하지 않으면 두 바퀴가 달린 것은 모두 이륜차가 되기 때문에 배기량 50cc를 하한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며 “특별한 대책은 없지만 저배기량 스쿠터도 번호판을 다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 기자 안서현(연세대 신방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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