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서정욱(28) 씨는 2005년 200만 원에 장만한 50cc 외제 스쿠터를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복판에서 대낮에 도난당했다.
독특하게 도색한 색깔과 스쿠터동호회원들의 제보 덕분에 서 씨는 4개월 만에 이 스쿠터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 스쿠터는 인터넷 중고 스쿠터 시장에서 70만 원에 사들인 새 주인이 있는 상태여서 서 씨는 스쿠터를 되찾을 수 없었다.
최근 국내에서 배기량 125cc 미만의 소형 오토바이인 스쿠터가 경제적 이점과 깜찍한 디자인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많이 팔리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팔린 스쿠터는 12만 대.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의 70∼80%를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쿠터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씩 커지고 있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스쿠터 관련 카페만 1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절도의 표적, 스쿠터=이처럼 거리에는 스쿠터가 넘쳐나지만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절도의 표적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험 가입이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스쿠터 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배기량 50cc 이하의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부착하거나 별도의 등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
경찰은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스쿠터의 상당수가 절도에 의한 ‘장물’인 것으로 추정하지만, 번호판을 통한 추적과 소유주 확인이 불가능해 원주인을 찾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스쿠터가 강도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유통 경로 추적이 어렵다 보니 한번 훔친 스쿠터를 여러 번 되파는 스쿠터 전문 매매범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스쿠터 관련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번호판조차 붙어 있지 않으니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오토바이 도난은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입된 스쿠터는 국립환경연구원이 실시하는 배기가스, 소음 등 환경오염 규제도 받지 않고 판매된다.
또한 사고가 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보험사로부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륜차는 사고 위험이 커 어떤 보험사든 기피 대상”이라며 “어떤 보험사는 50cc 스쿠터는 무조건 보험 가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난이나 교통사고가 나도 스쿠터 소유자는 피해를 보상받기 힘들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 주기도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린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신고와 등록의 하한선을 정하지 않으면 두 바퀴가 달린 것은 모두 이륜차가 되기 때문에 배기량 50cc를 하한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며 “특별한 대책은 없지만 저배기량 스쿠터도 번호판을 다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 기자 안서현(연세대 신방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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