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신모 씨 양계농장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원인이 철새일 가능성이 있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나오자 자치단체와 축산농가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그동안 AI 발병을 막기 위한 각종 조치가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장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은 "철새가 AI의 매개체라는게 확실하다면 관련 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해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번에 AI가 발병한 용정리는 2003년 말과 2004년 초 사이에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곳.
그동안 충남도와 천안시, 그리고 지역 가축농가는 철새대책을 포함해 AI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펴왔다.
마을 전체를 'AI 발병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수억 원을 들여 농장마다 그물망 등의 '방공망'을 설치해 철새의 공습을 막아 왔다. '공동소독시설'을 마련해 조를 짜 양계농장과 오리농장, 양돈장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소독활동도 했다.
최근에는 철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 올리고 내리는 이중(二重) 천이나 비닐을 설치한 커튼식 사육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감염으로 각종 대책이 효과가 없음이 확인됐다. 임승범 충남도 축산과 가축방역담당 직원은 "용정리와 주변 지역은 철새가 많이 머무는 풍세천과 곡교천이 있어 그동안 나름대로 철새 대책에도 만전을 기했는데 허를 찔렸다"며 "현재의 방역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윤근 충남도 농림수산국장은 "AI의 매개체가 철새라면 획기적인 방역대책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21일 충남도가 시군에 지시한 AI 향후 방역대책도 통제초소 설치, 축사 소독, 예찰활동 강화 등으로 전과 다르지 않다.
▽다양한 철새대책 아이디어=21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농림부 직원과 충남지역 시군 축산공무원, 수의사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I 긴급방역 대책회의'에서는 철새 차단이 화두였다.
김운식 아산시 농정과장은 "가금류 농장에 철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새도래지와 인접한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해 일정기간 조수포획 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환경부와 동물보호협회 등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 과장은 "두 차례 이상 AI가 발병한 지역을 포함해 철새도래지 주변을 '가금류 사육 금지지역'으로 지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택 서산시 축산해양과장은 "농장 주변에 훈련이 잘된 개를 배치해 철새 같은 낯선 동물이 접근하면 크게 짖거나 달려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텃새에 대한 의심도 커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그물망 등 각종 철새 대책에도 불구하고 AI가 발병한 것은 철새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참새 등이 그물망과 사육사의 틈새로 침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새가 AI 매개체 가능성=이에 앞서 농림부와 충남도는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신씨 양계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고 산란계 사육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고 20일 밝혔다.
농림부는 이 농장에서 1~2㎞, 지난해 12월 AI가 확인된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오리농장과 8㎞ 떨어진 풍세천 및 미호천의 야생 청둥오리 분변을 검사한 결과, AI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며 철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역당국은 21일 오전 신 씨 농장(3만여 마리)과 반경 500m 이내의 닭 27만3000마리에 대한 도살에 들어갔다. 신 씨는 19일 157마리가 갑자기 폐사하자 당국에 신고했었다.
또 아산 발병 이후 20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축방역 통제초소를 27곳으로 늘려 닭과 오리 및 생산물의 이동을 통제했다.
충남도는 "AI가 발생한 농장에서는 발병 전 2주 동안인 2~15일 달걀 43만2000여 개가 출하됐으나 달걀과 차량 등에 대한 소독이 이뤄져 이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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