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0시50분경 부산 해운대구 중1동 2층 단독주택 안채에서 불이 나 2층 내부 17평을 모두 태운 뒤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20여분 만에 꺼졌다. 그러나 안방에서 잠을 자던 김모(15·중3) 군과 동생(11·초교4)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당시 아이들의 부모는 울산의 공사장과 인근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김 군의 아버지(38)는 "사고 이틀 전 아들과 통화하면서 빨리 집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는데 끝내 약속을 못 지켰다"며 오열했다.
보증금 300만 원, 월세 20만 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부부는 최근에 맞벌이를 시작했다.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35)는 "급식비라도 보태겠다"며 3개월 전부터 인근 식당에서 새벽까지 일했다. 김 군의 아버지도 경남 통영과 울산의 건설 막노동 현장에서 숙식하며 번 돈을 꼬박꼬박 집에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 군의 초교 담임교사 배소현(38) 씨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급식비나 방과 후 교육비를 반에서 가장 먼저 낼 정도로 부모님이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잘 했다"며 "착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김 군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형제가 깊은 잠에 빠져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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