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8) 씨 부부는 서울에서 5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갖고 있고 연금으로 월 15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대학교육과 결혼으로 자녀에 대한 의무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부모와 자녀가 경제적으로는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평소 지론이다. 따라서 재산을 물려줄 생각도 없다. 가능하다면 사망할 때까지 부부가 여유롭게 생활하며 노후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지만 연금 수령액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B씨가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A 씨와 B 씨 부부는 새로 나온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 제도를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듯하다. 그동안 민간 금융기관이 취급해 오던 역모기지 제도는 월 지급액이 적고 대출 기간도 짧아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으나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월 지급액을 크게 올린 종신형 역모기지 상품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역모기지 제도는 주택을 가진 고령자가 자신이 가진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 등에서 매월 일정금액을 연금형식으로 대출받는 금융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 상품=주택공사의 역모기지 제도는 시중은행의 역모기지 제도와 다르다. 첫째 정부가 보증하는 공적보증제도이며, 둘째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종신형이고, 셋째 가입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상품에 따라 65세인 사람이 시가 3억 원짜리 집으로 역모기지에 가입하면 평생 매달 85만 원을 받게 된다. 가입자의 나이가 많고 주택의 시가가 높을수록 월 지급액은 많아진다. 이 제도는 매년 주택가격 상승률 3.5%, 금리 7.5%, 가입자의 평균 수명 85세를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따라서 가입자가 만약 100세까지 살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공사측이 손해를 본다.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연금이 종신 지급된다.
반면 부부가 기대수명 이전에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서 그동안 대출금액을 갚고도 돈이 남았을 경우 상속인에게 되돌려주게 되어 있다. 아울러 의료비 등 예기치 못한 지출 필요가 생기면 전체 대출금 총액의 30% 안팎에서 한꺼번에 대출 받을 수 있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저소득계층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가 6억 원 짜리 이하 1주택 보유자이며 65세 이상인 경우(부부는 둘 다 65세 이상)로 제한된다.
▽기존 민간 역모기지 상품=기존 시중은행의 역모기지 상품은 2004년부터 2년간 약 400건의 판매실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역모기지가 이처럼 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한 이유는 매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고(3억 원짜리 주택의 경우 최대 52만원), 대출기간이 5년에서 최장 15년으로 한정되어 있어 대출 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받은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고 상환하지 못하면 현재 사는 집을 내주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역모기지는 담보주택 가격변동이나 대출이자율의 변동을 민간은행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이자율을 적용해 월 지급금이 적고 대출기간도 제한됐다. 반면 주택금융공사의 경우는 대출기관의 손실을 공사 측이 보증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이 제도는 주택가격과 금리의 변동을 반영해 가입하는 해마다 월 지급액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반면 기가입자는 주택가격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한 지급액이 변동 없이 적용된다.
▽정부 입장=재정경제부 정은보 금융정책과장은 "정부가 새로운 역모기지 금융상품을 개발한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저소득층 노령인구의 노후 복지를 위한 것이지만 사회 유동성을 높여주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령화사회에서 노인인구가 집만 가지고 있을 뿐 소비여력이 전혀 없을 경우 개인이나 국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소비를 할 수 있으면 경제적 선순환구조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성재 주택금융공사 신사업추진팀장은 "공적 부문의 역모기지 제도가 정착되면 민간 부문의 역모기지 제도를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도 정부기관인 주택도시개발부가 1989년 역모기지 제도를 도입한 후 약 10년이 지나고 각종 관련통계가 축적되고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중산층을 겨냥한 민간부문의 역모기지제도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추진일정=한국주택금융공사는 원래 고정금리로 장기주택대출을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이 공사가 역모기지 금융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이 지난해 12월 22일 개정돼 올해 1월 11일 공포됐다. 이 법은 올 4월 발효된다. 이 상품이 8, 9월 경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될 것으로 공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문제점=이 제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허점은 월 대출금이 고정되어 있어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마다 물가상승률만큼 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생활비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김갑태 주택금융공사 신사업추진팀 부장은 "이 제도는 집값이 급등할 경우에는 그동안 대출 받은 금액을 모두 상환하고 계약을 해지한 뒤 인상된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재가입할 수도 있다"며 "만약 주택가격이 공사 측이 상정한 연 3.5% 이상 상승한다면 이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리저리 따져봐도 역모기지론이 효자▼
역모기지는 다른 노후 생활대책에 비해 얼마나 효과적일까.
주택을 가진 고령자가 선택할 수 있는 노후 생활대책은 역모기지 외에도 일반 주택담보대출,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기고 차액으로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방법, 집을 팔아 전세나 월세로 옮기고 차액을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각각의 경우에 대해 사례 분석을 해 제시했다. 현재 3억 원 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고령자가 각각의 선택을 했을 경우 이용 효과 비교는 다음 표와 같다. 이 사례분석에 따르면 역모기지 가입이나 주택을 팔아 소형주택을 구입하고 나머지 돈으로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이 현명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정동우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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