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잘못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게 되는데 어떻게….”(아산시)
19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신모 씨 농장의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인접한 천안시와 아산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속철도(KTX) 역 이름 문제로 소원해진 두 자치단체가 이번 일로 사이가 더 벌어질까 걱정한다.
갈등의 발단은 신 씨 농장 반경 500m 내에 있는 두 축산농가의 돼지 6000마리 처리 문제. 이들 돼지도 감염 우려가 있어 모두 도살해 묻어야 하는데 매몰 용지 확보가 쉽지 않았다.
농가가 밀집한 용정리에서는 2004년 1월에도 AI가 발생해 닭과 오리 50여만 마리를 매몰한 데다 이번에도 66만 마리를 묻어야 해 매몰 용지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
천안시는 이에 따라 돼지를 도살한 뒤 이 마을에서 2, 3km 떨어진 아산시 배방면 세교리의 유지공장에서 처리하는 묘안을 짜내고 아산시의 협조를 구했다.
유지공장에서 돼지의 기름을 분해해 비누 등을 만들면 부산물이 거의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고열로 처리하기 때문에 AI 바이러스도 살균된다.
하지만 아산시의 대답은 “절대 불가”였다. 유지공장 주변에 닭 3만여 마리를 기르는 부화장과 양계장, 육계농이 있어 오염될 우려가 있다는 것.
이완구 충남지사도 아산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아산시 관계자는 “아무리 소독을 철저히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며 “유지공장 주변에서 AI가 발병하면 그 원망은 고스란히 아산시로 쏠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돼지 6000마리를 묻으려면 꽤 넓은 땅이 필요한데 누가 제공할지 걱정”이라며 야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안시는 일단 닭과 오리를 도살해 묻는 한편 돼지 매몰 용지를 다시 물색하기로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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