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경치 내려다보기<1>불광천 ‘해 담는 다리’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남산 N타워, 63빌딩 전망대 등 이름난 고층 건물에 올라가야만 훌륭한 서울 경치를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동네 뒷산에서도, 공원에서도, 하천변에서도, 배수지에서도, 다리 위에서도 ‘아름다운 서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까워서 좋고, 무료라서 더 좋은 숨겨진 조망명소를 골라 소개합니다.》

지하철 6호선 증산역을 빠져나오면 불광천 증산2교와 증산3교 사이에 놓인 아치형의 보행전용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천으로 나뉜 서대문구 북가좌2동과 은평구 증산동을 이어주는 ‘해 담는 다리’. 보기 드문 아름다운 다리 모양에 딱 들어맞는 예쁜 이름이다 싶어 사연을 들어보니 75개의 공모작이 경합한 끝에 탄생한 명칭이라고 한다.

협소하고 낡은 간이철교를 대신해 널찍한 강파이프 교량이 지난해 새로 놓이자마자 ‘해 담는 다리’는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불광천의 명소로 떠올랐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교량 바닥에 목재를 사용했다. 그래서 다리 위에 가만히 서 있으면 주민들이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출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 담는 다리’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 조망명소 50곳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주위를 둘러보면 교량 바닥보다 높은 건물이 수두룩한데도 서울에서 손꼽히는 조망명소라니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려진다.

총연장 62m의 다리 한가운데에서 북가좌2동 쪽으로 한 걸음 옮긴 지점에 서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북한산과 불광천 경치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다. 서대문구청은 주민들이 늘 다리 위를 지나다니면서도 ‘해 담는 다리’가 뛰어난 경관을 지닌 조망명소인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운 나머지 150만 원을 들여 대형 경치사진이 인쇄된 안내판을 세웠다.

‘해 담는 다리’ 위에서 북한산 쪽을 바라보면 323봉→응봉→의상봉→용혈봉→향로봉→비봉→승가봉→나한봉→문수봉→시단봉→보현봉(오른쪽 끝)에 이르는 11개의 북한산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는 대남문이 작은 동그라미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물론 캄캄한 밤에는 북한산을 감상할 수 없지만 색색으로 빛나는 경관조명이 다리를 비춰 낮의 조망명소가 밤에는 환상적인 볼거리로 변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불광천 산책로를 따라 월드컵경기장까지 걸어가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어떻게 갈까

지하철은 6호선 증산역에서, 버스는 증산역이나 증산동사무소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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