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5,6명의 남자들이 다가가 '주의'를 줬고 그래도 고성방가가 계속되자 그를 을지로입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어낸 뒤 다시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한 역무원은 "그 5,6명의 남자들도 역시 노숙인"이라며 "을지로입구역에 상주하는 70여 명의 노숙자들이 언제부터인가 자율적인 규칙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숙인의 취침준비 및 취침은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며 고성방가나 소란을 일으키면 그 자리에서 '퇴출'된다.
그래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 들어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러 명이 나서서 빈 상자박스로 잠자리 만들기 돕는다. 첫 열차가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모두 곧바로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 자리를 뜨는 것도 원칙.
이들은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상자 집을 치운 뒤 무료 급식센터나 교회, 일용직 일터로 떠난다.
노숙인 김모(58) 씨는 "언제부터 규칙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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