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등록된 자동차 중 가장 오래된 차가 등록한 날이다.
지난해 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 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자동차 평균수명이 6.6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사람으로 치면 삼백 살이 넘은 셈이다.
수명이 이처럼 길다 보니 지금은 생소해 보이는 과거의 모습이 이 차의 자동차등록 원부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차명(車名)란에 적혀 있는 ‘케네디호’이다.
1965년 미국 포드사에서 군용으로 생산한 다용도 전술차인 이 차의 공식 이름은 M151A2 MUTT(Military Utility Tactical Transportation). 생산 당시 미군들은 MUTT라고 불렀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 주한 미군들에게서 이 차를 돈을 주고 불하받은 사람들은 어려운 영어 이름 대신 이 차의 생산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케네디호’이라고 불렀고 공식 서류인 자동차 등록원부에도 이 이름이 올랐다. 별명(別名)이 본명(本名)을 밀어낸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1983년 전산화된 현재의 자동차등록 원부 이전의 구(舊)자동차등록 원부에는 ‘케네디호’이 아닌 1965년에 생산된 ‘포니’로 돼 있다는 것.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처음 생산한 것은 1974년이다.
이에 대해 현재 이 차가 등록돼 있는 도봉구청은 “과거에는 자동차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수입차를 국산차로 허위 등록하기도 했는데 이 차의 이름이 포니로 됐던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오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이 차 역시 수명이 끊길 위기가 있었다.
1982년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지 않아 등록이 말소됐다 10개월 만에 부활차로 다시 등록하며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이때 차 이름도 포니에서 케네디호으로 변경됐다.
이후 1993년 세 번째 주인에게 넘어가며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비포장길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차를 구입한 주인이 농사를 그만두고 서울로 직장을 얻어 떠나면서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부모님 집 헛간에 차를 버려두고 간 것.
다행히 1996년 우연히 왜관읍에 출장을 갔던 지금의 주인 이연길(47) 씨의 눈에 띄어 마지막 위기를 넘겼다.
당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던 차를 700만 원에 산 이 씨는 3년간 1000만 원을 들여 대대적인 정비를 벌인 끝에 새 차에 가깝게 차를 복원해냈다.
배기량 2319cc, 최고출력 71마력, 무게 1088kg, 연비 L당 6km 정도인 이 차는 장거리 운행에도 아무 문제가 없어 현재 이 씨 가족이 주말 드라이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씨는 “이제 수리할 필요도 없어 앞으로 적어도 30년 넘게 탈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