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자연계 대입 실전 논술

《2008학년도 입시부터 자연계도 통합교과형 논술을 치르는 대학이 늘어난다. 자연계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에 비해 논술을 더 어렵게 느낀다. 더구나 아직 어떤 형식으로 문제가 출제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주요 대학의 자연계 논술 예시문에 대한 수험생의 실제 답안을 분석해 자연계 학생들의 논술준비 방향을 제시한다.》

■2007학년도 고려대 2학기 수시모집 논술 문제

(가)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근대화의 모델이 되었던 유럽 국가들을 능가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자동차, 제철, 전자 제품의 주요 생산국이 되었고,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 면에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서양 이외의 지역에서는 근대화를 서양화로 이해하였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부 비서양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양이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고 서양의 문물을 수용하는 것이 사회 발전을 이룩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제도는 서양의 제도와 닮은꼴이 되었다.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 가운데 하나인 ‘근대화론’에 따르면,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비서양 국가들은 사회구조적으로 서양과 매우 유사해진다. 이를테면 공업이 중요해지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며, 운송 수단의 발달에 따라 물리적 공간이 재편된다. 근대화론자들은 이것을 발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비서양 국가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그 국가의 낙후된 내부 특성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예컨대 부가가치가 낮은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 농촌의 과잉인구, 시장경제의 미발달 등이 비서양 국가가 발전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근대화론자들은 경제 발전이 사회문화적 삶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비서양 사회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문화적으로도 서양을 닮아갈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근대화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낙태, 이혼, 동성애 등이 허용되는 정도가 낮으며, 정치·경제 분야에서의 남성 주도적 역할이 당연시된다. 또한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부모의 권위, 위계질서, 가족 공동체, 종교 의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근대화로 인해 그러한 전통적 가치들이 서양의 가치들로 대체되어 성 의식의 변화, 권위적 위계질서의 약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이 나타난다.

(나) 비서양 사회들의 근대화는 서양화와 포개짐으로써 단순한 자율적 선택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압력에 대한 적응이라는 측면을 갖는다. 그러나 비서양 사회들의 근대화는 ‘서양화의 패러독스’를 피할 수 없다는 데에 일차적 위기가 있다. 근대화를 달성하고 힘을 길러 서양의 국가들과 대항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들의 문물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물질적인 것이 수입되고 제도적인 것이 이식되면 자연히 정신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도 함께 들어온다. 따라서 스스로의 힘과 전통을 기르고 지키기 위해 시도한 서양적 근대화가 결국은 전통과 주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의 정치제도를 모방하여 급조된 정권이 정통성의 위기를 맞을 경우 권력자들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문화나 사회적 규범마저도 서양화하려고 든다. 그런 경우에 지불하는 대가는 바로 전통적 습관과 역사의식의 파괴이며 사회의 궁극적 가치의 전복이다. 이와 아울러 서양적 근대화는 경제성장 위주로 진행되어 물질 지상주의를 낳게 된다. 물질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됨으로써 ‘1차원적 인간’의 모습이 조장된다. 그리하여 그 사회에서는 근대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불만이나 질병, 심리적 좌절감, 윤리적 퇴폐와 도덕적 부패가 심화된다. ‘탈근대화’라는 주제가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다) (지면 관계로 중략-원문은 홈페이지 참고)

(정조를 잃었다고 죽으려 결심한 영채에게 여학생은 충고한다)

“나는 그것이 죽을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아니합니다. 영채 씨는 속아 살아왔어요. 이형식이란 사람을 사랑하지도 아니하면서 공연히 정절을 지켜 왔어요. 피차에 허락도 아니한 사람을 위해서 절을 지키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니야요? 영채 씨가 그이를 사랑하시거든 지금부터 그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실 것이요. 만일 그렇지 않거든 다른 남자 중에 구하실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토록 마음이 허하여 오던 것을 어떻게 합니까. 고성(古聖)의 교훈도 있는데.” 한다.

“아니요. 얼굴도 잘 모르고 마음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허합니까. 그것은 다만 그릇된 낡은 사상의 속박이지요.”

영채는 이 말을 듣고 놀랐다. (중략)

“다른 사람의 뜻을 위하여 제 일생을 결정하는 것은 저를 죽임이외다. 영채 씨도 이러한 낡은 사상의 종이 되어서 지금껏 속절없는 괴로움을 맛보셨습니다. 그 속박을 끊으십시오. 저를 위하여 사는 사람이 되십시오. 지금까지 여자는 남자의 한 부속품, 한 소유물에 지나지 못하였어요. 마치 어떤 물품이 이 사람의 손에서 저 사람의 손으로 옮겨 가는 모양으로……. 영채 씨는 결코 부친과 이 씨만을 위하여 난 사람이 아니외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여학생은 웃고,

“모든 것을 다 새로 시작하지요. 인제부터는 제……뜻……대……로……살아간단 말이야요.”

(라) 근대 문명의 발달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교통수단은 ‘공간과 시간의 소멸’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종래의 개념을 흔들어 놓았다. 자전거가 등장하였을 때 사람들의 ‘사회활동반경’이 늘어났고, 도시와 교외지역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자동차가 등장하자 사회활동반경은 더욱 증가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교통수단은 인간의 사회적 거리를 압축시키고 새로운 공간을 연결해 주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사회활동반경을 늘어나게 한다.

A도시의 도로교통국에서는 교통수단에 따른 사회활동반경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모형화 작업을 하였다. 이를 위해 바둑판의 격자 모양으로 구획된 도심의 한 특정 교차로 지점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일정 시간 후 도달하게 되는 교차로 지점까지의 직선거리의 기댓값을 사회활동반경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모형화 작업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도보, 자전거, 자동차를 선택하였고, 이들의 속력의 비는 1 대 2 대 3이라고 가정하였다. 그리고 모든 교통수단은 북쪽이나 동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교차로에서 직진하거나 방향을 바꿀 확률은 동일하다.

(마) 일반적으로 인구는 기회가 적은 곳에서 많은 곳으로 이동한다. 지역들 사이에 기회의 차이가 클수록 인구 이동의 규모가 확대되고, 어느 한 곳에 기회가 집중되어 있으면 인구도 그곳으로 몰리게 된다. 다시 말해 경제적 기회, 교육의 기회, 오락의 기회 등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지속적인 인구 집중이 일어나게 된다.(중략)

<자료 1> 국내의 농촌인구 변화 사례

(전략)……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조사 기간 중 평균적으로 매년 전년도 농촌인구의 10%가 도시로 이동하였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며, 국내 도시인구와 농촌인구의 합이 일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적절한 정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농촌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농촌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도시인구 중 비율 P에 해당하는 인구를 매년 농촌으로 이주시켜, 현재 8 대 2 인 도시 대 농촌의 인구 비율을 7 대 3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본 연구소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음 두 가지의 정책을 제안한다. 정책 1은 P의 값을 매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고, 정책 2는 P의 값을 매년 재조정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자료 2> 외국의 농촌인구 변화 사례

농촌 거주와 도시 거주에 대한 선호도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다음의 그래프는 국가 A와 국가 B의 농촌인구의 변화 추이를 장기간 수집한 자료와 예측 자료를 토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전체 인구에 대한 농촌인구의 비율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농촌인구 비율의 증감률을 나타낸다. 현재 농촌인구의 비율은 국가 A의 경우는 0.1이고, 국가 B의 경우는 0.6이다.

[논제Ⅰ]

위의 제시문들은 근대화와 사회 변화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 (가)의 요지를 밝히고(200자 이내),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의 ‘여학생’의 관점을 비판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800자(±100자)가 되게 할 것.)

[논제Ⅱ]

제시문 (라)에서 교통수단이 도보, 자전거, 자동차 순으로 바뀔 때 사회활동반경은 어떻게 증가하는지를 설명하시오.(필요한 경우 다음의 표를 활용하시오.) (20점)

-	2	3	4	5	6	7	8	9	10
-	1.4	1.7	2.0	2.2	2.4	2.6	2.8	3.0	3.2

■수험생 답안

[논제 Ⅰ]

일반적으로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근대화를 서양화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20세기 후반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서양의 문화와 제도를 닮은 이유도 이러한 인식 때문이다. ‘근대화론’은 이것을 발전이라 하고, 서구 이외의 국가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낙후된 내부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또한 경제가 발전하면서 문화와 사회적 가치관이 서양의 모습을 닮아간다고 주장한다. ‘여학생’의 관점은 근대화론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전통적 가치관인 정절보다 사랑을 중요시하고, 정절을 지키며 부모와 남편의 뜻을 존중하는 전통적 여인상을 ‘그릇된 낡은 사상의 속박’으로 간주하는 등 서구적 가치관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없다. 우선 부모의 뜻을 따르는 ‘효’의 개념이나 자신의 순결을 지키는 ‘절’의 개념은 관습이라기보다는 전통적 윤리관이며 우리 사회의 궁극적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를 낡은 관습으로 치부하고 서구의 개방적인 성문화와 부모와 가족보다는 자기 자신을 중요시하는 개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현대사회에서는 근대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당면하게 되었다. 성매매나 불륜 같은 퇴폐적인 성범죄나 핵가족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 패륜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윤리적, 도덕적 부패가 만연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정절과 효와 같은 전통적 가치관을 ‘그릇되고 낡은 사상의 속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원고지 형식 718자)

[논제Ⅱ]

제시문 (라)에서 도로교통국이 실행한 모형화 작업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아래의 ‘사회활동 반경 모형’이다. 이때, 하나의 교차점에서 인접한 다른 교차점과의 거리를 1구획이라 하고, 도보로 1구획 이동하는 시간을 1시간이라 가정한다. 이에 따라 각각의 이동수단의 속력은 도보=1구획/시간, 자전거=2구획/시간, 자동차=3구획/시간이 된다.

이 모든 가정을 토대로 출발점에서 1시간 후의 위치(직선거리)와 각 위치별 도달 확률, 위치의 기댓값을 다음의 같은 표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교통수단이 도보, 자전거, 자동차 순으로 바뀌면서 사회활동 반경은 점차 넓어짐을 알 수 있다. 즉, 교통수단의 속력이 빨라질수록 사회활동 반경 역시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동수단	도보	자전거		자동차
위치(단위: 구획)	1	2	-	3	-
도달 확률	1	1/2	1/2	1/4	3/4
기댓값	1	1.7		2.4

■수험생 답안 첨삭지도

[논제 Ⅰ]

제시문 (가)는 ‘근대화론’의 입장에서 비서양 사회에서의 ‘근대화’를 설명하는 글이다. 근대화가 비서양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전통적인 가치를 서양의 근대적 가치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학생은 이러한 내용을 비교적 잘 담아내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요지를 밝히는 것은 제시문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에 서술된 내용이 학생의 글이 아닌 제시문 필자의 글임을 알 수 있도록 글을 전개해 나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으로 (나)의 관점에서 (다)의 여학생의 관점을 비판하라는 논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의 관점과 ‘여학생’의 관점을 먼저 정리하고,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여학생’의 관점이 비판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경우는 ‘여학생’의 관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나)의 관점을 밝히지 않았기에 감점의 대상이 된다. 또한 사용한 일부 용어의 모호성으로 인해 글이 깨져 읽히는 단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학생은 논제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조건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답안을 작성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훌륭한 수준이라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논술에 노출이 덜 된 이과생임을 감안할 때 칭찬할 만한 요소들이 많은 글이었다. 노력하면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논제 Ⅱ]

학생의 수학적 접근 방법과 풀이는 우수하지만 제시문에서는 교통수단이 변화할 때 사회활동 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라고 했다. 그런데 학생은 ‘어떻게’라는 부분이 해설 속에 빠져 있다. 사회 활동 반경이 증가하는 것은 작성한 이산 확률 분포 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각 기댓값이 등차수열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커지는 형태에서 어떤 관계나 규칙을 찾을 수 있는지, 있다면 그 규칙을 찾아서 어떤 관계 속에서 각 반경이 커지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문제에 부합하는 설명이 된다. 물론 학교에서 원한 것은 일반적인 관계 속에서 변화의 추이를 서술하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특수한 값을 대입하여 그 답을 토대로 변화의 추이를 설명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조한균 강남 중앙학원 논구술 연구소 통합교과 언어 수석연구원

윤태진 강남중앙학원 논구술 연구소 통합교과 수리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