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태우고 신탄진에서 대전 구도심 방향으로 가다 신호를 기다리던 김모(39·개인사업) 씨는 갑자기 ‘쿵’ 하며 자신의 승용차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길이 8m가량의 철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차량을 덮친 뒤 도로로 튕겨 나간 것.
경찰이 가로등을 치우는 과정을 보니 더욱 아찔했다. 가로등에 전기가 통하고 있어 한동안 접근도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날벼락을 맞고도 자치단체의 ‘나 몰라라 식’ 뒤처리 때문에 또 한번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한가한 대덕구청=현장에 나온 대덕구 직원 K 씨는 “자치단체의 과실인 만큼 차량은 구청이 구입하고 새 차를 사 줄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감감무소식. 김 씨가 답답한 나머지 9일 전화를 걸자 “차량 구입은 규정에 없어 어렵다. 자치단체 시설물 보험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만 말하고는 또다시 연락을 주지 않았다.
김 씨는 “11일 다시 전화를 걸고 사고 후유증 등을 호소하자 우선 자차 보험으로 처리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했다”며 “먼저 전화를 하거나 이렇다 할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대덕구청 시설물 보험사인 S사는 11일 오후에서야 사고가 접수됐다고 통보해 왔다.
대덕구 K 씨는 “사고 처리 진행이 늦어 결론이 나면 연락을 하려 했다”며 “그동안 사고에 대한 유감 표시는 했다”고 해명했다.
▽가로등 관리 엉망= 이번에 쓰러진 가로등의 설치 시기는 1990년으로 통상적인 교체 주기인 15년을 넘었다. 문제의 가로등 밑 부분은 까맣게 녹슬어 있었다.
대덕구청 관계자는 “가로등 교체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이 없지만 통상적으로 15년 만에 교체하고 있다”며 “이번에 쓰러진 가로등을 포함해 주변의 가로등은 매몰 부분을 파 보지는 않았지만 육안 점검 결과 문제가 없어 올해 교체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상가 쪽으로 가로등이 쓰러졌으면 큰 화를 당할 뻔했다”며 “가로등 밑 부분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도 녹슨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육안으로라도 점검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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