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제 저런 교육]어린이 경제캠프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찰흙으로 만든 ‘천사 점토’입니다. 열쇠고리로 사용해도 좋고, 선물을 해도 좋아요.” 점토로 만든 장식물을 손에 잔뜩 든 임재현(9) 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임 군은 목에 건 명찰을 가리키며 “저는 ㈜무지개경제의 CCO 겸 CMO예요”라고 소개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곧바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최고마케팅책임자(CMO)다. 그러면서 “자세한 건 우리 회사 사장님한테 물어 보세요”라며 여학생을 소개했다. 최진영(13) 양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최 양은 점토 액세서리를 한참 자랑하더니 다른 직원을 소개했다. 모두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서비스책임자(CSO) 등 그럴듯한 직책을 맡고 있다. 25일 경기 수원시 영화동 LIG손해보험의 연수원 LIG인재니움. 56명의 어린이가 참가한 어린이 경제캠프 둘째 날, 이들은 7명이 한 팀이 돼 하나씩 회사를 차리고 사업 체험을 하고 있었다.》

○‘재고를 줄여라! 이곳에선 나도 CEO’

이곳은 ‘어린이 경제나라’라는 이름의 가상 국가. 이 나라에 공짜는 없다. 어린이들은 전날 물물교환을 통해 벌었던 돈(가상화폐)의 50%씩을 출자해 모두 8개의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어린이 솜사탕을 만드는 회사도 있고 안마를 해 주는 서비스 업체도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점포도 생겼다.

화폐 단위는 ‘아이’다. 어린이 또는 ‘나’라는 뜻이라고.

무지개경제는 찰흙점토 공작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CSO 김하영(11) 양과 김경희(10) 양이 물건을 만들고, 재무 담당은 물건을 팔 때마다 영수증을 발행하고 장부에 기록을 한다.

30여 분의 준비과정이 끝나고 2시간의 판매시간이 주어졌다. 안마회사 ‘곰탱이’의 CCO인 조주한(12) 군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어깨와 팔이 찌뿌둥하면 안마 한번 받아보래이∼. 하모 시원하데이∼”라고 외쳤다.

솜사탕 회사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줄을 섰다.

반면 식빵에 잼을 바른 빵을 파는 샌드위치 가게는 아이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결산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졌다.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고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곧 세일이 시작됐다. 곰탱이 CEO 한상우(11) 군은 “투자액이 3만3000아이인데 4만 아이는 벌어야 한다”며 3000아이짜리 안마를 2000아이에 판매하는 세일을 했다.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LIG손보의 어린이 경제캠프에는 이 회사 고객 및 대리점 영업사원 자녀들이 참가했다.

캠프 운영을 맡고 있는 어린이경제신문 김영채 본부장은 “아이들이 재밌게 놀면서 경제 개념을 스스로 깨치게 하는 게 캠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은 3시간짜리부터 1주일 과정까지 다양하다. 이번 2박 3일 캠프에서는 팀워크를 다지는 게임, 보드게임으로 경제 원리 익히기, 사업체험 같은 실물 경제 체험, 저축과 이자 체험 등으로 이뤄졌다.

김 본부장은 “소득, 소비, 투자, 저축, 기부, 신용 등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경제 개념들을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과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식 보드게임을 2시간 정도 하면 아이들이 신문 증권면도 곧잘 읽고 이해하는 수준에 오른다”고 했다.

게임을 해 본 아이들이 매도, 매수, 상한가, 하한가는 물론 배당금, 저평가주 등의 용어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

또 경제 개념 학습 외에 팀 활동을 통해 공동체 정신과 리더십 등을 기르는 것도 캠프의 큰 효과라고 했다.

“예전에는 ‘용돈을 아껴 쓰라’는 부모님 말씀이 잘 와닿지 않았어요. 그냥 돈은 은행에 가면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캠프에 참가한 강한솔(12) 군의 솔직한 얘기다.

수원=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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