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2년간 ‘쓰레기편지의 여왕 김하나’로 누리꾼 사이에서 악명을 떨쳤던 쓰레기편지 발송 프로그램 제작자가 신종 수법으로 수십억 통의 쓰레기편지를 보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쓰레기편지 차단 업체인 ‘지란지교’는 2003년 쓰레기편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비용을 5조9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김하나’로 인한 피해는 그 절반인 2조9000억 원에 이른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해 9∼12월 100여 회에 걸쳐 16억 통의 쓰레기편지를 보내 1만2000여 건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대출업자에게 판매해 1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보기술(IT) 전문 산업기능요원 박모(21) 씨와 권모(27) 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200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김하나’라는 이름으로 쓰레기편지가 발송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2개월간 연습하며 만든 이 습작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만난 업자 4명에게 120만 원을 받고 팔았다.
당시 ‘김하나’ 쓰레기편지 발송 프로그램으로 발송된 e메일은 수조 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김하나’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들은 e메일을 보내기가 무섭게 e메일 리스트에서 삭제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김하나’란 이름을 박(朴) 씨를 제외한 성 중에서 가장 흔한 성인 ‘김’과 자신이 만든 첫 번째 프로그램이라는 뜻에서 ‘하나’라는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서울 소재 모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박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직장 선배 권 씨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쓰레기편지 발송 프로그램 제작을 다시 시작했다.
박 씨는 ‘김하나’란 이름이 인터넷에서 맹위를 떨칠 당시 쓰레기편지 발송 프로그램을 판매만 하고 발송은 하지 않아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e메일 발송 서버와 암호화된 최초 접속지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서버를 발견한 뒤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해 박 씨를 붙잡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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