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신구간 특수’ 사라지나

  • 입력 2007년 1월 31일 06시 56분


제주지역에서 전래해 온 이사철인 ‘신구간(新舊間)’을 맞았지만 제주시내 거리와 아파트 단지에는 예전과 달리 이삿짐을 실은 트럭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구간은 대한(大寒) 5일 후에서 입춘(立春) 3일 전까지로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 시기는 인간세상의 길흉화복을 맡은 1800여 신(神)들이 새 임무를 부여받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 집을 옮기거나 수리를 해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전체 20만8000가구 가운데 1만여 가구가 이 시기에 한꺼번에 이사하느라 매년 홍역을 치러왔다.

그러나 올해엔 보금자리를 옮기는 가구가 5000여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000여 가구, 2005년 1만여 가구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셈.

한진화물이삿짐센터, 제주SK익스프레스, 고려통운 등 제주지역 이사 전문 업체 관계자들은 신구간 특수가 실종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KT 제주본부는 예년에 전화 이설 요원을 130여 명에서 300여 명으로 증원했지만 올해는 200명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제주도 오승익 자치행정과장은 “올해 이사 건수가 줄어든 것은 제주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건립이 없었던 데다 젊은 층이 신구간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예년과 달리 주민등록 전출입이나 생활쓰레기 처리 등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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