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국 공안사건 판결중 224건 재심대상 선정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대법원이 사법부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1972∼87년 이뤄진 시국·공안 사건 판결 가운데 불법 구금과 고문 등 재심 사유가 있는 사건 224건을 선정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여기에는 1981년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 1983년 납북어부 간첩 사건, 1982년 송씨 일가 간첩단 사건 등 주요 간첩 사건과 시국 사건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재심 청구가 예상되는 사건으로 자체 분류한 이들 사건에 대해 적절한 기회에 포괄적으로 오류를 인정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재심 청구가 없더라도 명예회복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인 일부 사건이 항소 및 상고 절차를 거쳐 대법원으로 올라오면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의 판결을 변경하면서, 이들 사건 재판에서 있었던 사법부의 잘못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뜻을 판결문에 담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오면 과거 사건들에 대한 사법부의 견해를 판결문에 담으려 했으나, 검찰의 항소 포기로 불가능해졌다”며 “그러나 인혁당 사건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사건이나 다른 재심사건 등이 대법원에 오면 과거사 정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재심 예상 사건으로 분류한 224건은 대부분 1970, 80년대에 사회적 파장이 컸던 대형 시국·공안 사건들로, 대법원이 재판의 오류를 정식으로 인정하고 나설 때에는 한국의 사법사를 완전히 다시 써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나아가 당시 재판을 맡았던 판사들이 상당수 고위직에 남아 있고,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 역시 적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계 전반에 인적 청산론이 대두되는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유신정권과 전두환 정권 당시 시국·공안 사건을 수사했던 옛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국군보안사령부, 경찰 등의 책임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사건 당사자나 인권단체 등의 책임자 문책과 피해배상 요구가 잇따르고, 대선정국에서 사회 전반의 이념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대법원이 분류한 재심 예상 사건 중에는 간첩 사건이 141건으로 가장 많으며 긴급조치 위반 사건이 26건, 반국가단체 구성 사건 13건, 민주화운동 12건, 기타 32건 등이다. 간첩 사건은 유형별로 △조총련 관련 52건 △남파간첩 33건 △납북어부 18건 △재일교포 16건 △기타 22건 등이다.

대법원은 2005년 9월부터 1년여 동안 3400여 건의 시국·공안 사건의 판결문 6500건을 분석하고 사건 당사자의 주장 등을 토대로 224건을 선정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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