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9년간 “국정원 비밀요원”…남편도 부모도 속였다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9년 동안 국가정보원 비밀요원을 사칭하며 부모와 남편까지 속이고 고등학교 동창생과 친지들에게서 수억 원을 뜯어낸 30대 주부가 붙잡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6일 상습사기 혐의로 주부 이모(31)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청와대 정치비자금을 관리하는 국정원 비밀요원인데 비자금으로 받은 기업어음을 할인해 고수익을 올리게 해 주겠다”고 속여 2003년 10월 고교 동창 김모(31·여) 씨에게서 1500만 원을 받는 등 지난해 9월까지 친구와 친인척 5명에게서 26차례에 걸쳐 3억38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1999년 5월경부터 국정원 비밀요원 행세를 해 왔으며 2001년 카센터를 운영하는 중학교 동창 김모(31) 씨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살면서 시부모와 남편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같은 방법으로 아버지에게서 1억 원을, 외삼촌에게서 3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김 씨가 국정원 비밀요원인 것처럼 행세하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국가정보원법과 보안 규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비밀 엄수를 다짐받고 돈을 준 사람에게는 실제로 이자를 일정 기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아들의 백일잔치, 돌잔치에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꽃바구니를 직접 주문해 배달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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