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살…살자살자….”
7일 오전 경남 창원지법 315호 법정. 재판장인 문형배 제3형사부장의 주문에 따라 P(32) 씨가 ‘자살’을 되뇌었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P 씨는 지난해 성탄절 아침 한 숙박업소에서 불을 질러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방청객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자 문 부장은 “피고인이 ‘자살’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살자’로 들린다”며 “죽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로 새롭게 고쳐 생각해 살아가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작가 탄줘잉의 에세이집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P 씨에게 건넸다. 문 부장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책 속에 있는 많은 일 외에 여태껏 하지 못한 일들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책에는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 보기’,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 보기’ 등 사랑과 인간관계 등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이날 P 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 부장은 화이트칼라 범죄에는 단호하지만 생계형이나 우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는 선처와 함께 에세이집과 시집 등을 자주 선물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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