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선배님, 교복 물려줘 고맙습니다”

  • 입력 2007년 2월 8일 06시 57분


코멘트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갈기갈기 찢어지고…. 고교생의 교복은 졸업식 날 수난을 당한다.

세월이 지나도 이런 풍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졸업 시즌인 요즘 10대 청소년이 많이 모이는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와 지하상가에서는 이런 ‘처참한’ 교복을 걸친 고교생을 보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6일 첫 졸업생을 배출한 대전 구봉고의 졸업식 모습은 달랐다.

이날 오전 졸업생 244명 가운데 상당수가 단정한 사복을 입고 교정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입었던 교복은 쇼핑백에 가지런히 넣어와 졸업식 마지막 순서인 ‘후배에게 교복 물려주기’ 시간에 학교에 제출했다.

고교 시절의 마지막 날까지 교복을 입고 싶은 학생들은 그 대신 사복을 가져와 졸업식이 끝난 뒤 갈아입거나 다음 날인 7일 학교를 방문해 교복을 내놓았다.

그동안 교복 물려주기 행사는 많았지만 교복이 더럽거나 해져 입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체계적인 홍보도 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구봉고는 학부모봉사단을 통해 졸업생의 교복을 미리 말끔히 세탁하고 수선한 뒤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21일 헌 교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나눠 주기로 하고 이를 학부모에게 알렸다.

이 학교 임경옥(수학) 교사는 “졸업식이 하루 지났는데 벌써 신입생과 학부모에게서 헌 교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헌 교복은 해지거나 작아져 교체가 필요한 재학생이나 교복의 형태가 달라 바꿔야 하는 전학생에게도 나눠 준다.

오희광 교장은 “요즘 교복은 질이 좋아 물려받아 입어도 무방한데 새 교복을 구입하려면 30여만 원이나 줘야 한다”며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선후배 간 끈끈한 정을 이어가도록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학교의 전통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