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한국’ 바로잡자]美조기유학생 “이래서 표절 못한다”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한국에서는 숙제를 할 때 인터넷이나 백과사전을 베끼는 일이 허다하지만 미국 학교에선 아예 꿈도 꾸지 못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코스트 크리스천 스쿨(CCS) 8학년생 이영훈(15·사진) 군은 “미국 학교의 까다로운 표절 규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숙제를 할 때 남의 것을 베끼거나 인터넷에서 긁어다 쓰는 학생은 보지 못했다”면서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정직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숙제를 내줄 때 분량, 글꼴, 글자 크기 등을 세밀하게 지정한다.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모든 숙제는 이 학교 표절 검색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한 문장에서 4단어 이상이 같으면 빨간 줄이 그어지고 이런 문장이 반복되면 표절로 간주된다. 교사들이 사전에 표절하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군은 “교사들은 남의 과제를 베끼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표절 검색 프로그램이 동일한 문장을 잡아내니까 학생들은 과제를 자신의 힘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부정행위를 적발한 적이 있다. 외국에서 온 한 학생이 문학시간에 독후감의 일부를 인터넷에서 베껴 썼다가 적발됐다. 이 학생의 과제물은 F학점으로 처리됐다. 이런 일이 생기면 학부모가 학교에 소환되기도 하며 반복해서 일어나면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하고 특별교육을 받는 조치(detention)를 당한다.

딱히 정해진 ‘표절 예방 교육’은 없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평소 글쓰기를 배우면서 남의 글을 인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문학 교사는 전반적인 글쓰기를 지도할 때 인용 시 반드시 따옴표를 사용하고 출처를 분명히 밝히도록 가르친다.

이 군은 “교사들은 과제물을 보면 베낀 것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아는 것 같다”며 “중학생 수준의 문장이 아니거나 문법적 오류가 없는 너무 깔끔한 숙제는 점검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한꺼번에 몰아 시험을 보지만 미국에선 수시로 시험을 보거나 즉석퀴즈(pop quiz)를 치른다”며 “학습 부담이 한꺼번에 몰리면 부정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이인철 교육생활부 차장 inchul@donga.com

▽교육생활부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문화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회부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국제부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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