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생활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던 백모(39) 씨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치욕의 상징인 삼전도비를 철거하거나 위정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청와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때 조선이 청나라에 패배한 뒤 청의 요구로 1639년에 세운 3.95m 높이의 석비(石碑).
백 씨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3일 오후 9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석촌동 삼전도비 공원을 찾아 붉은색 스프레이로 비 몸체에 ‘철’ ‘거’ ‘병자’ ‘370’(인조가 항복한 지 370년이 지났다는 의미) 등의 글자를 써 놓았다.
백 씨는 삼전도비를 훼손하기에 앞서 1월 중순에는 경남 함양군 역사인물공원에 있는 조병갑 고부군수의 선정비를 해머로 쓰러뜨리고 비석 뒤쪽 중간에 새겨진 문구 일부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백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잘못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자칫하면 몇 년 후 외세 침략을 받아 굴욕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각성시키려 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7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백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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