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법률시장 구조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시장 자체가 로펌 위주로 바뀌면서 로펌들은 대형화, 전문화를 위해 다른 로펌과의 인수·합병, 경쟁 로펌의 변호사 스카우트, 현직 판검사 출신 영입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생사를 걸고 있다.
▽“몸집을 키워라”=국내 법률시장의 변화는 2000∼4000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미국 대형 로펌들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선 몸집을 최대한 불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 검찰의 잇따른 법조비리 수사 등도 시장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1998년 법률시장을 개방한 독일은 현재 10대 로펌 가운데 순수한 토종은 2곳에 불과하다. 1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며 충격을 최소화했던 일본 역시 토종 중대형 로펌 15개 중 8개가 영미계 로펌에 흡수됐다.
법무법인 ‘충정’은 1월 다국적기업 전문 로펌인 ‘서울 로그룹’과 합병했다. 같은 달 중견 로펌 ‘한결’은 법무법인 ‘내일’과 합병했고, ‘밝은미래’ 법률사무소는 ‘에버그린’ 법률사무소와 통합했다. 규모를 가리지 않고 로펌, 합동법률사무소 간의 몸집 불리기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셈.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는 “최근 변호사 업계의 변화는 대형화와 분야별 전문성 강화로 요약된다”며 “외국 대형 로펌의 국내 진출에 대비한 성격도 있지만 법률소비자가 변호사가 많은 로펌을 더 선호하는 것도 변화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로펌 못 가느니 차라리 남겠다”=지난달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로펌의 문을 두드렸던 한 서울시내 법원의 A 부장판사는 사정이 여의치 않자 그냥 눌러앉았다. 단독 개업할 자신이 없었던 것.
A 부장판사뿐 아니라 전국 변호사의 40% 정도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판검사 중 상당수는 로펌행이 어려우면 아예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아직 단독 개업하는 변호사가 꽤 있지만 서울은 판검사 출신 10명 중 8, 9명은 로펌이나 대기업을 택하고 있다”며 “개인 변호사는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로펌들도 이제는 거물급 ‘고위 판검사’ 출신 영입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중견급의 ‘실무형’을 찾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법률시장 양극화 문제가 아니라 자본과 규모를 앞세운 대형 로펌이 법률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한 부장판사는 “현직 판검사가 로펌행을 염두에 두게 되면 특정 로펌에서 맡았던 관련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국내 주요 로펌 현황 | ||
로펌 | 변호사 수 | 최근 상황 |
김앤장 | 28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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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 139명 | ―2월,서울중앙지법 파산부장 출신 영입 |
광장 | 128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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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 | 127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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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117명 | ―1월 ‘바른’ 공정거래팀 영입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영입 |
율촌 | 78명 | ―올해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판사 출신 7명 영입 ―법무법인 ‘세화’ 변호사 1명 영입 |
바른 | 73명 |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영입 |
충정 | 53명 | ―1월, ‘서울로 그룹’과 합병 |
KCL | 50명 |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영입 |
로고스 | 46명 |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영입 |
서정, 지평 | 41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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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한결 | 36명 | ―한결: ‘내일’과 합병 |
동인, 대륙 | 32명 | ―동인: ‘휴먼’과 합병, ‘다인’ 변호사 7명 영입 |
* 대한변호사협회 집계(2월 7일 현재) * 김앤장은 로펌이 아닌 종합법률사무소 형태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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