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해안과 내륙 곳곳에 5000여 점의 화석이 있다.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지는 약 5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공룡 화석이 다양하고 보존 상태도 좋아 ‘한국판 쥐라기 공원’으로 불린다.
전남과 경남 자치단체가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이 일대를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국내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고인돌 유적, 종묘, 수원성,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전, 불국사 및 석굴암, 창덕궁, 경주 역사유적지구 등 7곳이 있으나 자연유산은 한 곳도 없다.
▽고고학적 가치 충분=해남군 공룡 화석지에서 발견된 1000여 점의 물갈퀴새 발자국 화석은 세계 최고(最古)로 알려진 미국의 에오새 지층보다 무려 4000년이나 앞선 것이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 화석은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한 공룡알 및 공룡알 둥지가 약 3km 해안에 걸쳐 있다. 지금까지 21개 공룡알 둥지에 195개 공룡알 화석이 나와 단일 지역 공룡알 화석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내륙에 위치한 전남 화순군 북면 서유리 화석지는 육식공룡 발자국 보행렬(步行列) 외에 규화목, 식물 화석이 발견돼 당시 강가 식생연구에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 여수시 화양면 낭도 화석지는 조각류, 용각류, 수각류 등 다양한 공룡 발자국이 특징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조각류 공룡발자국 보행렬(84m)이 있다.
경남 고성군은 국내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8000여 개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공룡 화석 천국’이다.
▽자연유산 등재 프로젝트=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잠정 목록 등재-정식 등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1996년부터 집중 발굴되기 시작한 공룡 화석지는 2002년 1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으로 등재됐다.
전남도와 경남도의 5개 시군은 2005년 9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올해 공동 용역과 학술조사를 벌여 5개 화석지 보존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들 자치단체는 문화재청을 통해 내년 2월 1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 의뢰해 2년간 현지 실사를 벌인 뒤 2009년 열리는 세계유산총회에서 등재를 결정한다.
▽등재 가능성 높다=옛 공룡 및 고생물 서식지 가운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에티오피아의 아와시 저지대와 오모 저지대, 남미 페루의 리오아비세오 국립공원, 캐나다 앨버타의 주립공룡공원 등이다. 공룡 발자국 화석지는 등재된 곳이 없다.
미국 콜로라도대 로클리 교수는 최근 전남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다양하면서 희귀한 공룡 발자국 화석을 가지고 있는 데다 퇴적층의 질이 좋고 발자국의 보존 상태도 양호해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경식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신청 지역이 많기 때문에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한다”며 “공룡 화석지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특한 자연유산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등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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