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강경대치… 임시국회 파행

  • 입력 2007년 3월 5일 14시 14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놓고 또다시 강경 대치하면서 2월 임시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은 회기종료를 하루 앞둔 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하루 국회 본회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일정에 불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밝혔다.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이날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88개 안건의 처리가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2월 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6일까지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한다는 방침이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주택법 개정안 등 주요 민생 법안의 처리까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다른 정당들과의 공조를 통해 민생법안을 직권상정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임채정 국회의장을 방문해 민생법안 직권상정을 포함해 중재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부동산대책을 비롯해 모든 민생법안에 대해 직권상정, 임시회 소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이날 저녁 양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4자 회동을 갖고 막판 타협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나, 양측간 가파른 대치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절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년 3개월째 이어져 온 여야의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은 종교사학의 경우 종단도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재개정안에 포함시키거나 열린우리당 안과 한나라당의 수정안을 각각 본회의에 올려 표결 처리하자는 안을 제안했으나, 열린우리당은 대학평의회나 학교운영위원회가 개방형이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종단이 1배수로 압축해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도록 하자는 안을 고수했다.

사학법 재개정 협상이 무산되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상대 당에 돌리며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열린우리당은 사학법을 놓고 좋은 것은 다 빼먹고 이해관계는 끝까지 지키겠다며 정당이라기보다는 이해관계 대변인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내일 회기가 종료되는 임시국회가 파행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합리적 제안을 거부한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부동산 안정을 위해 주택법 등 부동산대책입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끝내 사학법을 이유로 모든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제1당인 한나라당이 자기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국민이 죽건 말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파행의 책임을 놓고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노동당 등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원칙과 명분도 없이 밀실거래를 통해 사학법과 주택법을 연계시키더니 이제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민생을 볼모로 잡지 말아야 하며,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과 밀실담합에 대해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거대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무책임의 극치"라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즉각 국회 파행사태를 마무리짓고, 민생법안 처리라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데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이영순 의원단 공보부대표도 "민생법안만큼은 확실히 처리하겠다던 한나라당이 민생을 인질로 잡고 사학법 개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개탄스럽다"며 "열린우리당 역시 어제까지만 해도 한나라당과 밀실에서 민생과 개혁 후퇴를 밀거래하다가 오늘은 정색하고 민생과 개혁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신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임채정 국회의장측은 "최소한 과반수의 지지가 있어야 직권상정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양당간 우선 합의를 요청하고 있어 직권상정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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