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전사한 다산부대 고(故) 윤장호(27) 하사의 영결식. 윤 하사가 입대 전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HB어드바이저스 직원들이 쓴 '장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 유족, 군 장병, 정관계 인사 등 600여 명은 세 번이나 해외파병에 지원했을 만큼 투철했던 고인의 애국심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5일 강한 바람과 진눈깨비 속에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특전사령부장(葬)으로 치러진 윤 하사의 영결식은 군악대의 엄숙한 주악 속에 운구병들이 고인의 영정과 유해를 영결식장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결식 내내 윤 하사의 아버지 윤희철(65) 씨와 어머니 이창희(59)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폐식사 뒤 아들의 유해가 영결식장에서 운구차량 쪽으로 운구되자 침통한 얼굴로 땅만 바라보며 따라 나섰다. 유해가 운구차에 실리자 윤 씨와 어머니 이 씨는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8시부터 40여 분간 진행된 영결식에서 윤 하사의 특전사 입대동기인 엄선호(22) 병장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는 전날 밤 환송회식 때가 떠오른다"며 "'6개월 뒤 복귀 환영회식을 내가 쏘겠다'고 한 약속이 기억나느냐"며 조사를 낭독했다.
그는 또 "흙먼지와 땀, 눈물, 콧물로 뒤범벅됐던 공수교육 뒤 '우리 제대해도 해마다 공수교육 마친 날은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자'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항상 너의 잔에 술을 가득 부어 놓겠다"며 감정이 북받치는 목소리로 낭독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영결식 뒤 윤 하사의 유해는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윤 하사의 유해가 화장되는 동안 손을 잡은 채 차분히 대화를 나누던 유족들은 오전 11시 40분 경 분골실에서 한줌의 재로 변한 윤 하사를 마주하고서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윤 하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형 장혁(33) 씨와 누나 서연(30) 씨의 부축을 받으며 분골실에서 걸어 나왔다.
장례기간 중 매일 두 세 차례 시신 보관실에서 아들을 만났던 아버지는 "한 달만이라도 집에 냉동실이라도 만들어 놓고 매일 장호 얼굴을 보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윤 하사의 빈소에는 지난 2일부터 군 장병 3100여 명을 비롯해 총 3966명이 조문했다.
영결식에는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김장수 국방장관,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국회 김성곤 국방위원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나키블라 하피지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대리, 김관진 합참의장, 박흥렬 육군참모총장, 김진훈(장의위원장) 특전사령관, 김병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데이비드 발코트 미8군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한편 윤 하사의 유해는 분골된 뒤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봉송돼 안장식을 가진 뒤 오후 3시 30분경 전사자 묘역에 안장됐다.
안장식을 마친 뒤 조문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윤 하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의 절친한 대학 후배이며 HB어드바이저스에서도 함께 근무한 구윤모(26) 씨의 손을 잡고 당부했다.
"먼저 간 우리 장호를 대신해 열심히 살아줘."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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