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키드’ 시대]<하>자녀에게 이것만은 꼭!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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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외둥이를 키우면서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외둥이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주변에서 자주 듣기 때문이다. 외둥이라고 해서 인성이나 사회성이 비뚤어진다는 법은 없다. 키우기 나름인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즈아일랜드는 외둥이가 원아 10명 가운데 4명꼴(38%)이다. 이 유치원 이혜진 원장은 “외둥이라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외둥이를 키우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하나다 보니 지나칠 정도로 아이에게 집중하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면서 “엄마들의 양육 태도가 아이의 인성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브레인 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소 구정은(‘응석받이 외동아이 리더십 있는 아이로 키우기’ 저자) 소장도 “요즘 부모들은 예전과 달라 아이 양육에 관해서라면 첫째 아이, 둘째 아이, 셋째 아이를 가리지 않고 일일이 신경을 쓰기 때문에 외둥이라서 문제가 돼 상담실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전한다.》

구 소장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지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며 리드할 줄 아는 ‘사회지능’이 많이 요구된다”면서 “형제 없이 혼자 크다 보면, 또래 형제를 통해 사람 간의 관계를 원활하게 풀어 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점에 유의해서 아이들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소장이 조언하는 ‘싱글 키드 시대 이것만은 꼭!’을 정리해 보았다.

○ 부모가 아닌 아이의 처지에 서자

싱글 키드의 상황을 만든 것은 부모다. 여러 이유 때문에 한 아이만을 키우자고 부모가 선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는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주로 고민하게 된다. 이런 식의 애정은 때로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모가 먼저 ‘혼자’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는 게 좋다. 아이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또 아이 처지에서 진정으로 부족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는 시간을 진지하게 가져야 한다.

○ 관계지능을 높여 주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싱글 키드들은 인간관계의 경험이 부족하기 쉽다. 또 혼자 지내는 상황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심각한 경우 친구랑 노는 것조차 귀찮아 할 정도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자체를 두려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엄마는 외둥이에게 부족한 사회적인 관계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린이집, 학원에 보내는 것만으로 아이들에게 또래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충분히 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은 관계 훈련의 장소라기보다 지식학습 장소에 가깝다. 다각도로 주변 친구들과 사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라면 아이의 친구 엄마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 감정 표현을 자주, 많이 해 주자

혼자 크는 아이들은 똑똑하지만 감성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또래나 손위 손아래 관계를 경험하고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해 나가는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이 점을 우려하는 엄마들은 너무 의식적으로 ‘관계’를 가르치려 한다. 예컨대 “울지 마라. 울면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등의 말은 아이의 머리와 감정이 따로 가는 상황으로 몰고 가기 쉽다.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만 이성적으로 주입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고 “그래, 네가 참 속상했겠구나”는 식의 감정 표현을 자주 해 정서적 기능을 올려 줄 필요가 있다.

○ 독립심을 길러 주자

아이가 하나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도 엄마가 대신해 주는 일들이 자주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사소한 일부터 스스로 할 수 있게 독려하고 격려해 주는 게 중요하다. 똑똑하다는 칭찬보다 ‘애썼다’는 칭찬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꾸 만들어 내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자신이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독립심이 발달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 인터넷 등에 몰두하지 않도록 절제시키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싱글 키드들은 자연스럽게 TV나 컴퓨터에 빠질 위험이 있다.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적인 대중매체에 빠지게 되면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심하면 혼자만의 가상세계나 놀이를 즐기는 후천성 자폐현상을 보이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인터넷이나 TV에 빠지기 전에 미리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의욕을 갖도록 해 주자. ‘좋아하는 TV 프로는 하루에 1개’, ‘좋아하는 게임은 하루 30분’ 하는 식으로 원칙을 정해 주고 이를 지켰을 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자.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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