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전사한 다산부대 윤장호(27) 하사의 영결식. 윤 하사가 입대 전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HB어드바이저스 직원들이 쓴 ‘장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 유족과 군 장병, 정관계 인사 등 600여 명은 세 번이나 해외파병에 지원할 정도로 투철했던 고인의 애국심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5일 강한 바람과 진눈깨비 속에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특전사령부장(葬)으로 치러진 윤 하사의 영결식은 군악대의 엄숙한 주악 속에 운구병들이 고인의 영정 사진과 시신을 영결식장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결식 내내 윤 하사의 아버지 윤희철(65) 씨와 어머니 이창희(59)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폐식사 뒤 아들의 시신이 영결식장에서 운구차량 쪽으로 운구되자 침통한 얼굴로 땅만 바라보며 따라 나섰다. 시신이 운구차에 실리자 윤 씨와 이 씨는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영결식 뒤 윤 하사의 시신은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로 옮겨져 화장됐다.
윤 하사의 시신이 화장되는 동안 손을 잡은 채 차분히 대화를 나누던 유족은 오전 11시 40분경 분골실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 윤 하사를 마주하고서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장례 기간에 매일 두세 차례 시신 보관실에서 아들을 만났던 아버지는 “한 달만이라도 집에 냉동실을 만들어 놓고 장호 얼굴을 매일 보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영결식에는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김장수 국방부 장관,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김성곤 국회 국방위원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나키블라 하피지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대리, 김관진 합참의장, 박흥렬 육군참모총장, 김진훈(장의위원장) 특전사령관, 김병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데이비드 밸코트 미8군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한편 윤 하사의 시신은 분골된 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봉송돼 안장식을 치른 뒤 오후 3시 30분경 전사자 묘역에 안장됐다.
안장식을 마친 뒤 조문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윤 하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의 절친한 대학 후배이며 HB어드바이저스에서도 함께 근무한 구윤모(26) 씨의 손을 잡고 당부했다.
“먼저 간 우리 장호를 대신해 열심히 살아 줘.”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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