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와 전나무 등 더운 날씨에 적응력이 낮은 침엽수림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고산지대로 물러나는 반면에 뽕나무와 물푸레나무 등 활엽수림의 면적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남부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던 해오라기와 백로가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번식하고 있다.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족의 어획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에 명태, 대구 등 한류성 어족의 어획량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제주도에서 주로 잡히는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을 울릉도 연안에서 볼 수도 있다.
한반도의 기후 변화는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현상이다. 화석연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절반가량이 대기권에 축적된 채 마치 온실의 유리지붕처럼 단열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면 우선 기후 변화로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지를 바꾸면서 생태계가 교란된다. 기후 변화는 일부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기후 변화에 민감한 모기는 지구의 온도 상승에 따라 번식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예전에 서식하지 못했던 추운 지방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뇌염, 황열병, 말라리아 등을 지구 전역에 전염시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초래된 이상 기후는 시한폭탄처럼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다. 2005년 한 해만 해도 집중 호우와 허리케인으로 몇몇 도시가 쑥대밭이 되었다. 7월 인도 뭄바이에서 24시간 동안 940mm의 비가 쏟아져 대홍수가 났다. 8월 초대형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하여 뉴올리언스 등 남부 지역을 초토화했다. 2005년엔 허리케인이 끝도 없이 자주 발생하여 그 이름을 붙이느라 고역을 치를 정도였다.
지구 온난화에 특히 민감한 장소는 북극과 남극이다. 이 두 곳은 마치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바다에 둘러싸인 대륙인 남극의 만년설은 두께가 3000m이지만, 대륙에 둘러싸인 바다인 북극의 만년설은 두께가 3m에 불과하다. 2월 2일 유엔 산하조직으로 지구 온난화 연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 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1세기 후반까지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기후과학자들은 기온은 평균 1.8∼4.0도, 해수면은 28∼43cm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세계 지도는 급격히 바뀔 것이다. 섬나라들은 물론이고 세계 주요 도시가 바닷물 밑으로 가라앉을 운명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바다와 싸워온 네덜란드 사람들은 벌써부터 물에 떠다니는 건물을 준비하기 위해 설계도의 공모에 나섰다.
지구 온난화의 책임이 인류에게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산업계에 의존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1년에 평균 6.8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를 뿜어내고 있는 셈이다. 2004년 6월, 48명의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지구 온난화 정책을 고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중에는 아서 콘버그(1959년 의학생리학상), 로알드 호프만(1981년 화학상), 에릭 캔들(2000년 의학생리학상)의 이름도 들어 있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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