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생활 속 사회탐구]대포천이 살아났어요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난 경남 김해시 상동면에 살아요. 우리 마을에는 큰 내가 있어요. 바로 대포천이에요.

물이 맑아서 갈겨니도 살고 재첩도 살아요. 여름이면 물고기도 잡고 물장구도 치지요. 헤엄치다가 목이 마르면 냇물을 먹기도 해요.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라.”

대포천 지킴이, 최근백 할아버지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바쁘세요. 빗물에 떠내려 오는 쓰레기도 건지고, 더러운 것이 강물에 섞여 들어오는지 살펴보기도 해요. 할아버지는 가끔 대포천 이야기를 해 주세요.

“1980년대부터 부산 쪽에서 공장들이 이사를 오고 소와 돼지를 기르는 집이 늘어났어. 물이 더러워진 건 동물들이 먼저 알더구나. 철새가 오지 않더니 재첩이랑 가재도 사라졌어. 나중엔 피라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게 됐지. 물이 너무 더러워서 대포천에 들어가면 피부병에 걸릴 지경이었단다.

그러자 결국 정부가 나섰어. 1997년, 대포천을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소식이 들렸지. 그렇게 되면 물을 더럽히는 일을 할 수 없게 돼.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이 되는 걸 다들 반대했어. 물이 깨끗해지는 건 좋지만 생활이 불편해지니까. 마을 사람들은 시청으로 몰려가 반대 운동을 했어. 하지만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 대포천이 너무나 더러웠으니까.

1997년 9월부터 대포천을 살리려는 노력이 시작됐어. 하지만 주민 모두가 참여했던 것은 아니야. 무관심한 사람,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어. 그래도 주민들 스스로 환경 감시단을 만들었지.”

최근백 할아버지가 대포천 지킴이가 된 것도 그때부터래요.

“날마다 이장들이 나서서 대포천을 살리자는 방송을 했단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알리는 글도 나누어 주었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대포천을 청소했어. 강바닥의 자갈에 낀 이끼를 수세미로 닦아 냈지. 쓰레기가 자그마치 트럭으로 4대나 나왔어.

공장들이 점점 물을 깨끗이 해서 버리기 시작했어. 축산 농가는 가축의 똥오줌을 따로 모아서 처리했지. 농사를 지을 때에도 논에 오리를 키웠어. 오리는 농약 대신 해충을 없애 준단다. 강으로 흘러들어온 물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도 찾아냈어. 대포천으로 들어오는 실개천마다 미나리꽝을 만든 거야. 강가에는 꽃창포와 부들을 심고, 강바닥에는 수초를 심었지. 모두 물을 깨끗하게 해 주는 식물들이란다.

그렇게 정성을 쏟던 어느 날, 강바닥이 조금씩 들여다보이기 시작했어. 꼼지락꼼지락 다슬기와 재첩이 보이고, 떼지어 왔다 갔다 하는 피라미가 보였지. 가재, 갈겨니, 버들치, 송사리도 나타났어. 모습을 감추었던 백로와 왜가리도 돌아왔지. 모두가 바라면서도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난 거야.

대포천을 살리려고 심었던 것들이 살림에도 보탬이 되고 있단다. 깨끗한 미나리와 다슬기, 재첩은 우리 동네 특산품이 되었지. 물고기, 철새, 곤충이 모여든 대포천은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었고.”

대포천이 살아난 뒤에도 사람들은 계속 노력했어요. 우리 집에도 세탁기가 있지만 빨래를 손으로 해요. 합성세제 대신 재활용 비누를 쓰지요. 마당엔 토끼와 강아지도 키워요. 음식물 쓰레기는 걔들 몫이에요. 걔들이 먹지 못하는 것은 텃밭에 묻어 퇴비를 만들지요. 대포천을 깨끗이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대요.

물이 깨끗해지자 2002년 정부에서 대포천을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대요. 대포천을 깨끗하게 유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에요.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대포천 물은 깨끗해요. 300여 개였던 공장이 두 배로 늘어났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은 약속을 잘 지키거든요. 강을 살리는 것을 배우러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와요. 도시에 사는 친구들도 물고기며 철새를 보려고 이곳까지 오곤 하지요.

■ 함께 생각해 봅시다

대포천을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정하려고 했을 때 주민들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로 나뉩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더러운 대포천을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니까 주민들 모두 힘을 합해 대포천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면 생활하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집값도 떨어져 피해가 크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처럼 생활의 편리함,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전의 문제가 부딪치는 일은 많습니다.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바람직한 해결책은 없을지 생각해 보아요.

제공: 그레이트북스 한국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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