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약대의 ‘과학자 사관학교’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내놓는 젊은 과학자들을 잇달아 배출하고 있는 서울대 약대의 ‘발암기전 및 분자 암예방 국가지정연구실’.
이 연구실 소속 연구원 2명과 대학원생 3명이 4월 14∼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98차 미국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젊은과학자상’을 받는다.
‘젊은과학자상’은 논문 심사기관인 미국암학회가 우수 논문 제출자에게 주는 상. 매년 세계 과학자 2만여 명이 신청해 경우 50여 명에게 주어지는 이 상을 이 연구실의 나혜경 박사는 올해로 5년 연속, 이정상 박사는 세 번째 수상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제출한 논문 중 4편은 학회의 미니심포지엄에 초청돼 발표된다.
○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을 목표로
연도별 젊은과학자상 수상자 | |
연도 | 수상자 |
2000 | 천경수 |
2001 | 천경수 |
2002 | 천경수 이정상 정명훈 |
2003 | 천경수 나혜경 |
2004 | 천경수 나혜경 김은희 김도희 |
2005 | 나혜경 이정상 조이뎁 쿤두(방글라데시) |
2006 | 나혜경 김은희 조이뎁 쿤두 김현수 |
2007 | 나혜경 이정상 이미현 김하나 이정철 |
연구를 지도하는 서울대 약학과 서영준 교수가 학생들에게 항상 주문처럼 던지는 말이다. 서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연구가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수시로 외국 논문을 소개하고 국제학회지에 자주 기고하도록 장려한다”고 말했다. 세계 논문의 수준을 알아야 일찍이 자기 연구에 자신감을 갖고 추진력 강하게 연구한다는 것이 서 교수의 지론이다.
○ 세계적인 석학들과 자주 부닥치기
“수많은 사람 앞에서 구두발표를 할 때는 무척 떨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으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죠. 하지만 국제학회에 자주 나가다 보니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고 안 들리던 영어도 어느 순간부터 들리더군요.”
나 박사는 논문으로만 접하던 세계적 학자들을 학회에서 만나 토론을 하며 ‘짜릿함’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학회 1주일 전부터 구두발표를 준비하고 영어로 발표문을 쓰다 보면 흥이 절로 나고 학회 뒤에 느낄 뿌듯함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는 것.
○ 자유로운 연구실 분위기
무엇이 이 연구실을 ‘다르게’ 만들까. 연구원들은 ‘자유롭고 부드러운 연구실 분위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암 예방의 작용 메커니즘’ 분야 연구로 올해까지 3년 연속 젊은과학자상을 받는 이 박사는 “교수님이 연구주제를 선택하고 진행하는데 자율권을 주시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된다”며 “저마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 박사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2000년 3월 연구실에 들어설 때까지 이곳에 소속되기를 고대했다고 말했다. 나 박사는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에서 석·박사 간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점은 우리 연구실의 자랑거리”라며 웃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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