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근처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파는 ‘성촌토기’를 운영하는 임영자(63) 씨가 학생으로 받아 달라며 학교를 찾아온 것은 2일.
그는 “어려서는 가난해서, 젊어서는 먹고사느라 학교를 못 다녔다”며 “손자뻘 학생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한번 해 보겠다”고 간청했다.
못 배운 한과 생활의 불편은 일생을 따라다녔다. 우선 공방을 찾은 고객에게 시원스럽고 신속하게 영수증을 써주기도 어려웠다.
3번이나 도전해 결국 따내기는 했지만 글을 빨리 읽을 수 없어 운전면허 시험도 시험관이 대신 시험문제를 읽어 주는 구술시험으로 보아야 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한번 공부해 보자.”
임 씨의 결심에 가족회의가 열렸다. 남편과 자녀(2남 3녀), 손자 손녀들 모두 처음에는 만류했지만 임 씨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적극적인 후원자로 돌아섰다.
특히 이 학교 4학년인 손녀 이혜원(11) 양은 “할머니의 학교 선배 겸 학업 멘터가 되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임 씨는 청강생일 수밖에 없다. 12세가 넘으면 초등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학교는 7일 임 씨를 대상으로 2학년 학력의 시험을 치렀다. 이 시험에서 60점 이상이면 3학년 과정을, 그 미만이면 2학년 과정을 공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임 씨는 “늦었지만 정규 교육과정인 초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열심히 공부해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 졸업장을 따 내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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